[단독] “김태우는 무죄”… 與, 강서구청장 보선 사실상 전략공천

입력 2023-09-07 04:07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이 지난달 28일 강서구의 한 빌딩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에게 공천장을 수여하기 전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현규 기자

국민의힘은 10월 11일 실시되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전략 공천하는 쪽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김 전 구청장과 더불어민주당이 낙점한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의 양자 대결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보궐선거를 앞두고 무공천까지 검토하는 등 고민을 거듭했다. 이번 보궐선거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던 김 전 구청장이 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실시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5월 김 전 구청장에 대해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하며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전 구청장의 행위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보궐선거의 원인을 국민의힘이 제공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기 위해 후보를 내지 않거나, 최소한 김 전 구청장은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내부진통 끝에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6일 “김 전 구청장은 공익제보자”라면서 “대법원은 김 전 구청장에게 법적으로는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여권은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이번 보궐선거의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쉽지 않은 선거인 것으로 예견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를 내는 것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7일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경선 방침을 정하더라도 여권이 전략적인 차원에서 김 전 구청장을 밀어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대표는 김 전 구청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도 했다. 김 대표는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또 공천해도 되는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당헌·당규상 보궐선거 원인(제공)에 따른 무공천 사유가 아니다”라며 “이 사안은 김명수 대법원이 저지른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구청장의 혐의가 개인 비리나 선거법 위반 등 사유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불법 사실을 공익 제보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김명수 대법원이 얼마나 왜곡·편향됐는지 확인해주는 일”이라며 “유재수(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와 조국(전 민정수석)이 감찰을 무마한 것이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구청장의 공천 방침에 윤석열 대통령의 영향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김 전 구청장을 포함시켰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