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5일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출근했다. 전날 서울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와 교권 회복을 위한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 참석했던 그는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던 목소리를 수많은 동료 교사들과 함께 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뻤다고 했다. A씨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공교육 멈춤의 날은 지나갔지만, 주말 집회 움직임은 계속 있는 만큼 교권 회복을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 하루 뒤 학교는 다시 평상시로 돌아왔다. 전날 집회와 추모제에 다녀온 교사들은 A씨처럼 동료들과 소감을 나누고 향후 전망 등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한다. 재량휴업이 불발돼 학교에 남아 있었던 교사들 역시 거리로 나선 교사들의 행렬을 보며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한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어제 학교에서 평교사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결근했는데 오늘은 모두 정상 출근했다”며 “모두 일단은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재량휴업을 결정했던 서울 천왕초도 이날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이 학교 한 교사는 “공교육을 하루 멈췄지만, 그만큼 나아갈 힘을 얻었다”고 했다. 공교육 멈춤의 날을 ‘치유의 시간’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정용주 천왕초 교장은 “선생님들 모두 상주의 마음으로 집회와 추모제를 다녀왔다고 한다. ‘마음이 많이 치유된 것 같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라앉은 목소리도 있었다. 초등교사 B씨는 “서초구 교사 사망 이후 어느 순간까지는 ‘내가 겪는 어려움을 다른 교사들도 겪고 있구나’라는 동질감과 슬픔이 컸다. 그런데 지금은 문득문득 ‘이런(극단 선택) 식으로 목소리를 내야만 현실이 바뀌는 건가’라는 자조감도 든다”고 말했다.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면 국회에 쌓여 있는 교권 관련 법안이 뒤로 밀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있다고 했다.
교육 당국이 연가·병가를 사용해 집단행동에 나선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하면서 정부와 교사들 간 갈등 상황도 한고비를 넘겼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교원단체 관계자를 만나 “교육 당국이 선생님들을 징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사들을 매주 만나 의견을 듣는 등 ‘모두의 학교’ 운동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교원단체들은 징계 철회는 환영하면서도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정성국 교총 회장은 “현장에선 과연 무너진 교권이 회복될지 의문을 갖고 있다. 교권이 회복될 때까지 교육부가 최선을 다하고,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지 않도록 수업·상담·지도·평가 외 업무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아동학대 관련법 등을 개정하고 교권보호 종합방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교육청도 행정적, 재정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