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nge?(환전되나요?)” 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설환전소. 중국인 관광객이 가게로 들어서며 말을 걸자 사장 김모씨는 청소 때문에 열어놨던 중문을 빠르게 닫아 잠갔다. 현금이 보관된 사무실로 통하는 문이다. 최근 환전소를 상대로 한 범죄가 연이어 발생한 탓인지 김씨 얼굴엔 경계하는 표정이 묻어났다.
김씨는 “여자 혼자 운영하다 보니 더욱 조심하는 편”이라며 “밤늦게 손님이 들어오면 비상상황을 대비해 한 손은 보안업체 호출벨 위에 올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강도를 대비해 CCTV 11대를 돌리고 환전 창구 가림막은 강화유리로 설치했다”면서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중문도 더 튼튼한 재질로 바꿀까 한다”고 했다.
사설환전소나 개인 간 환전을 노린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일주일 새 환전 현장에서 발생한 강도·절도 사건은 경찰에 신고된 것만 3건이다. 환전하는 돈을 주고받는 동안 시차를 이용해 돈을 가로채 달아나는 식이다. 피의자들은 자체 경비가 허술하고 대부분 1인 사업자인 탓에 사후 대처도 미흡하다는 점을 노렸다. 지난달 30일 강도 피해를 본 경기도 평택의 한 환전소 역시 보안 조치가 허술해 범행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사설환전소도 대부분 명동의 환전소처럼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현금 뭉치가 오갔다. 한 환전소는 가림막조차 없었다. ‘보안장치가 따로 있느냐’는 질문에 주인은 계산대 위쪽에 있는 CCTV 1대를 가리켰다.
환전소 업주들은 현찰을 주로 취급하다 보니 늘상 범죄에 노출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환전소 바깥의 거래는 절대 삼간다고 했다. 지난 3일과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와 구로에서 벌어진 환전 절도사건 모두 환전소 밖에서 환전하던 중 벌어졌다. 한 환전소 직원은 “경력 있는 환전상들은 절대 돈을 들고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돈을 들고 나가는 순간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흉흉한 분위기에 환전소 업주들도 어느 때보다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명동에서 사설환전소를 운영하는 안모씨는 전날 보안업체 호출벨을 일부러 눌러봤다고 했다. 비상시 제대도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안씨는 “벨을 누르니 보안업체에서 바로 연락이 왔지만 직원 도착까지는 4~5분이 걸렸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범인들이 이미 도망갔을 시간”이라고 말했다.
환전소 주변 파출소들은 특별범죄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명동 인근 파출소 직원들은 환전소를 방문해 범죄 예방수칙을 전달하고 갔다고 한다. 대림지구대는 환전소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순찰도 늘리고 있다.
한 업주는 “환전소 비상벨이 파출소에도 연결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예산이 없어 어렵다’고 하더라”며 “혹시나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삼단봉을 구입했다. 내 돈은 내가 지켜야지 별수 있겠냐”고 말했다.
백재연 정신영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