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조항 시행을 앞두고 병원과 의사단체가 “의료진의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시행이 당장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오지 않고 있어 현장 혼란도 큰 상황이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상 의료기관별 설치 상황점검 작업을 준비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별 수술실 현황과 의식 없는 상태로 수술하는 수술실 개수, CCTV 설치 여부 등을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CCTV 설치 의무화 내용이 담긴 개정의료법은 2021년 9월 24일 공포됐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 준비도 본격화하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이날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와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접수했다. 두 협회 임원과 개원의 등 12명이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필수 의사협회장은 서울 종로구 헌재 앞 기자회견에서 “의사 등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고,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의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시감시 상태에서는 의료진에게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환자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는 대리수술 등 수술실 내 불법행위를 방지하고 의료사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병원이 전신마취 등으로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할 경우 환자(또는 보호자)의 요구가 있으면 수술 장면을 촬영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된다.
의무촬영 예외 경우도 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3월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6가지 예외 사유를 뒀다.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는 등의 응급수술, 전공의 수련 등의 목적이 있는 경우, 기술적으로 촬영이 어려운 시점에서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아직 나오지 않아 어떤 상황에서 반드시 촬영해야 하는지 모호하다는 현장 토로가 나온다. 예를 들어 의식이 있더라도 의사 표현은 되지 않을 경우 촬영 대상이 되는지 등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또 예외 사유인 전공의 수련을 이유로 대부분 대학병원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도 있다. 의사단체 문의가 이어지자 복지부는 조속히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현장 혼란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