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군산 초등교사, 교장과 갈등 있었다

입력 2023-09-06 04:03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참가한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지난 1일 다리 아래로 투신해 숨진 전북 군산지역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학교 교장의 업무처리 방식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이 학교에 부임한 교사 A씨는 6학년 담임과 함께 예산 관련 업무를 하면서 교장 B씨의 잦은 결재 서류 반려 등에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6월 동료 교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아니 (특정 일을) 갑자기 할 수 있는 거 인정할 수 있어. 그러면 남이 하는 것도 인정을 해줘야지. 왜 내(교장)가 하는 것만 되고 네(A씨)가 하는 건 안 돼’ ‘올해 12월까지 예산안 쓰려는데 못 쓸 거 같아. 다 싫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어 보려고’ 등 교장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A씨는 담임 업무 외에 방과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체험학습 등을 전담하며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동료 교사와 함께 유치원에 있던 가구를 교장 관사에 날라 주는 일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숨지기 며칠 전 “머리가 아프다”며 두 차례 조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장 B씨는 이날 기자의 취재 요청에 “추측성 기사들이 올라와 너무 힘들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유족들과 서로 인터뷰는 자제하기로 했다”는 답을 문자로 보내왔다.

군산 해경은 최근 A씨가 재직했던 초등학교의 전체 교사 2명과 행정실 직원에 이어 이날 강사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교직원들은 A씨에게서 특별한 징후는 느끼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조만간 교장 B씨도 불러 평소 A씨와의 관계, 업무강도 등에 대해 물을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무엇이 있었는지 조사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 1일 오전 군산 동백대교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경은 다리 위에 비상등을 켠 채 주차된 A씨의 승용차 안에서 메모 형태의 유서를 수거했다.

군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