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만의 서울 9월 열대야… 뜨거운 동풍에 밤도 후끈

입력 2023-09-06 00:04
국민일보DB

서울에 이례적인 ‘9월 열대야’가 찾아왔다. 서울에서의 9월 열대야는 1935년 이후 88년 만이다. 기상청은 한반도로 불어온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뜨거워지면서 이 같은 ‘후덥지근한 밤’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밤(4일 오후 6시~이날 오전 9시) 서울을 비롯해 인천·청주·군산·여수·제주도 등에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나타났다. 인천(일 최저기온 25.6도), 청주(25.6도), 군산(25.0도)은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더운 9월 밤으로 기록됐다. 서울의 경우 일 최저기온이 25.0도로 9월 최저기온 중 높은 순으로 3위다.

서울에서 9월 열대야가 나타난 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앞서 1914년 9월 2일, 1935년 9월 7~8일 발생했었다. 그만큼 이번 늦더위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늦은 무더위는 중국 동북부에 위치한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유입된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공기가 산맥을 통과하면서 단열팽창하고, 이때 비를 뿌린 뒤 건조해진 공기가 다시 산을 내려오면서 단열압축돼 기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동풍이 부는 동해안 지역은 상대적으로 선선하고, 태백산맥을 넘은 바람을 맞는 서쪽은 더운 이유다.

동풍 영향에 따른 무더위는 당분간 지속되겠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 서남권과 경기 파주·의정부·김포·양주·여주 등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폭염주의보는 최고 체감온도 33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될 때 내려진다. 수도권과 강원영동·충청·호남·경상권은 7일까지 한낮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르겠다. 낮 기온이 가파르게 오르는 지역에서는 대기 상·하층 간 온도차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소나기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5~40㎜다.

기상청은 다만 9월 열대야가 길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6~7일쯤에는 아침 최고기온이 23도로 내려가면서 열대야 현상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