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신한銀 사내망 글 파장… “이게 현실” vs “변화의 마중물”

입력 2023-09-05 04:06

최근 신한은행 인트라넷에 올라온 ‘침몰 중인 신한호에 대한 진단’이라는 글이 화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 신한은행 영업점 직원은 지난달 23일 인트라넷에 A4 용지 5장 분량의 글을 올려 “신한은행이 왜 추락하고 있는지”를 9가지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직원은 “특정 부서가 스카이캐슬처럼 자신들만의 공고한 세계를 구축하며 은행을 쥐락펴락한 결과 신한은 3등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외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상급자와 구시대적인 영업 방식, 경쟁사 대비 메리트가 없는 상품, 인력·전문성 부족, 미진한 보상, 옥상옥 구조가 신한은행의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글은 작성된 지 일주일 만에 조회 수가 2만 건을 돌파하는 등 내부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신한은행 직원 수가 1만3000명임을 고려하면 전 직원이 1번 이상씩 읽은 셈이다. 최근 신한은행의 현 상황을 통렬하게 짚었다는 것이 내부 직원 다수의 평가다. 한 직원은 “높은 업무 강도에 대한 피로감과 순위 하락에 따른 패배감이 겹쳐 최근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극에 다다른 상황”이라면서 “‘신이 할 일을 한 명이 해서 신한’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나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실적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신한은행은 2016년까지만 해도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리딩 뱅크로 꼽혔지만 이듬해 KB국민은행에 왕좌를 내줬다. 올해 상반기에는 상황이 더 안좋아졌다. 정도경영을 위한 인내심이 필요할 때라는 게 수뇌부의 시각이다.

글을 쓴 직원은 최근 신한은행에서 희망퇴직자가 많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신한은행이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직원을 지금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글이) 다시 1등 은행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변화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