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 서이초 교사 49재 온종일 추모 발길

입력 2023-09-05 04:07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대강당에서 서울시 교육청 주최로 열린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윤웅 기자

지난 7월 19일 교내에서 숨진 서울 서이초 교사 A씨의 49재 추모식이 4일 이 학교 교정에서 열렸다. 검은 옷차림의 행렬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부모와 함께 손을 잡고 와 추모하는 학생도 많았다.

학교 입구 주변에는 A씨를 추모하는 조화가 길게 늘어섰고, 담벼락 곳곳에는 A씨를 기리는 포스트잇 쪽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제가 선생님일 수 있었다. 잊지 않겠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등의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A씨 지인들은 “이제야 A씨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를 수 있다”며 흐느꼈다. A씨 대학 후배라고 밝힌 서모씨는 서이초 대강당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어디서도 언니 이름 석 자를 부를 수 없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초임교사’ 이 말밖에 들리지 않았다”며 “이곳에서라도 언니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보며 인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언니는 항상 저를 도와주고 응원해주던 편안한 등대 같은 선배였는데, 지금 보니 너무 앳된 청년”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추모식에선 A씨의 생전 영상과 사진이 공개됐다. 학생을 가르치는 모습, 사제 간에 주고받은 편지 등이 화면에 나타나자 곳곳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A씨 동료 교사는 “우리가 너무 슬퍼하면 그곳에서마저 힘들어할 너라는 걸 잘 알기에 이제 너를 보내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너를 동기로 만나서 행복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추모식을 찾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그동안 무너진 교권에 대한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교육 전반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