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 48년 만에 ‘수모’… 亞선수권 첫 4강행 무산

입력 2023-09-05 04:06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을 이끄는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지난달 30일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베트남과의 조별예선 경기 중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AVC제공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탈락했다. 한국이 4강행 문턱을 넘지 못한 건 대회 출전 48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3일 태국 나콘라차시마에서 열린 2023 아시아배구선수권 8강 라운드 E조 경기에서 태국에 세트스코어 0대 3으로 완패했다. 같은날 이어진 E조 두 번째 경기에서 베트남이 호주를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돌려세우며 한국의 5-8위전 강등이 확정됐다.

당초 내걸었던 ‘4강 진출’ 목표 역시 과거 성적에 비해 낮춰 잡은 목표였기에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 대회 준우승만 7회를 기록해 꾸준히 강팀 반열에 들어왔다. 2019년에 열린 직전 대회에서도 3위를 기록했고, 4강에 진출하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35위였던 세계 랭킹은 37위로 두 계단 떨어지기도 했다.

성적보다도 경기 내용이 더 아쉬웠다. C조 예선에서 2승1패를 거둬 2위로 8강에 오르긴 했지만 베트남(39위), 대만(51위), 우즈베키스탄(81위) 등 약체 팀으로 분류됐던 팀들을 상대로 고전했다.

표면적인 문제는 뒷심 부족과 잦은 범실이다. 이정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뒷심이 부족해 경기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초반에 기선을 제압했는데도 마무리를 못해서 어려운 게임을 했다”고 짚었다.

선수 기용과 전술도 허술하다는 평가다. 이 위원은 “세자르 감독이 코치 시절부터 한국 선수들을 봐온 게 벌써 4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베스트 멤버를 꾸리지 못한 것 같다”며 “지금처럼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선수 교체를 반복해서는 조직력이 오르는 걸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날이 떨어지는 국제 경쟁력에 올림픽 예선전과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의 전망도 어두워졌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선 이번에 충격패 수모를 당한 베트남과 조별예선 첫 경기부터 맞붙어야 한다. 한국은 2006 카타르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대회 출전 이래 5위권 밖으로 밀려나 본 적 없지만, 올해는 메달에 대한 기대도 줄어든 상황이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