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온정중학교 학생들이 2학기부터 직접 디자인해 만든 교복을 입는다.
전교생이 13명인 온정중에는 교복이 없었다. 학교 측은 의상 제작업체 전문가들과 협업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복을 만들기로 했다.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고 입기 편한 교복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에게 맡겼다.
학생들은 방학 중에 온라인으로 교복 디자인 자료조사와 협의를 통해 디자인을 선정하고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1주일간 자율시간을 이용해 남녀 교복 시제품을 1벌씩 제작했다.
교복(정장류) 만들기는 난이도가 높아 양장 과정 중에서도 가장 고급 과정에 속한다. 교복을 만들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도 겪었다. 재봉틀 바늘이 움직이는 것이 무서웠고, 힘 조절을 잘못해 바늘을 부러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쉬는 시간도 잊은 채 서툰 손놀림으로 교복 만들기에 몰두했다. 천에 시접 두기, 상의와 바지·치마 제단하기, 안감 붙이기, 디자인 요소 넣기 등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배워야 했다. 지금은 재봉틀로 명찰을 직접 만들 정도다.
3학년에 재학 중인 70~80대 만학도 4명도 교복 만들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70대 최모 학생은 과거 젊은 시절 봉제공장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학생들에게 재봉틀의 종류와 구조, 실 끼우기, 바느질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 학생들은 손수 디자인하고 만든 교복을 입게 될 10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애경 온정중학교 교장은 4일 “학생들의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지 몰랐다”면서 “앞으로 학교 자율시간의 주제를 선정할 때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진=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