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상법은 일본에서 쓰는 말이다. 영혼에 대한 느낌을 뜻하는 영감(靈感)과 상술을 의미하는 상법(商法)을 합친 단어다. 건강을 지키거나 직장과 가정의 불운을 떨쳐내야 한다는 말로 유인해 평범한 물건을 비싸게 파는 악덕 사기술을 일컫는다. 1만엔에 불과한 꽃병을 불운을 치유하는 영물이라고 속여 수백만엔을 받고 파는 식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꼬임에 누가 넘어가겠느냐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전국변련)에 따르면 2017~2021년 전국변련에 접수된 피해 사례가 580건, 액수로 54억엔(약 487억원)이었다. 심지어 최근 35년 접수된 피해액을 합치니 무려 1237억엔(약 1조1150억원)에 달했다.
‘귀신 종류가 사람보다 많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일본은 영혼의 존재에 민감한 사회다. 그렇다고 1970년대 유행했던 영감상법이 아직도 활개치는 것은 의외다. 전국변련의 사례집에 따르면 많은 피해자가 ‘선조의 악연이 자식에게 이어진다’는 말에 찜찜함을 느껴 500엔 미만의 작은 부적을 샀다가 점점 깊게 빠져들었다. 교묘한 상술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암살한 야마카미 데츠야는 영감상법의 폐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통일교의 영감상법에 빠진 어머니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것이 범행동기였다. 특정상거래법·소비자계약법 개정, 신고전화(국번없이 188) 개설, 무료 법률상담 등 제도개선으로 사이비 종교단체의 사기행각을 근절하려던 일본 정부는 아베 피살 이후 노선을 급선회했다. 문부과학성이 직접 통일교 조사에 나서는 등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4일 일제히 “문부성이 10월 중순쯤 통일교 법인의 해산명령을 법원에 청구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해산명령을 받은 종교단체는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와 영감상법의 원조 격인 묘카쿠지(明覺寺)뿐이다. 이런 일이 일본에만 있을까. 우리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고승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