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받는 돈) 인상안이 빠진 채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방식’의 국민연금 밑그림이 나온 이후 연금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더 고조되고 있다. 최종보고서 내용에 반발해 재정계산위원직을 사퇴한 전문가 2명은 다음 달 별도 보고서 제출 뜻을 밝혔다.
지난 1일 열린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 인상(현 9%에서 12%·15%·18%로)과 지급개시연령 연장(올해 63세에서 66세·67세·68세로), 기금운용 수익률 수준(현 4.5%에서 0.5%·1% 포인트 인상)을 달리했을 때를 조합해 18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얼마나 더 많이 받을 것인지에 대한 소득대체율 논의는 보고서에서 아예 제외되면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소득대체율을 현재 40%에서 5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남 교수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0월에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별도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론’은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다.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다르다. 재정안정론자들은 적립 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지급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에 소득보장을 강화하면 보험료율 인상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득보장론자들은 해외 많은 국가들이 적립 기금을 운용하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세대에게 걷어서 나눠주고 있다고 맞선다. 기금 고갈보다는 노령세대 소득을 보장하는 쪽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재정계산위 논의에서도 양측은 보험료율 인상 자체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 조정 문제를 두고 대립했다.
앞서 공개한 18개 시나리오 중 재정계산위가 제시한 적립기금 목표를 실현하는 데 가장 가까운 건 ‘15% 인상, 68세 지급 개시’ 방안이다. 김용하 재정계산위 위원장은 “우리는 2093년까지 적립기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 가지 시나리오밖에 없다”며 “보험료율 18% 인상은 너무 많다(높다). 15%까지 높이면서 기금운용이 잘된다고 하면 수급개시연령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로서도 ‘더 받는 안’을 제외하고 ‘더 내는 안’ 만을 확정하는 게 총선을 앞두고 부담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도 ‘15% 인상, 68세 지급 개시’ 방안에 대해 “(김 위원장) 개인적 발언일 뿐 정부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말까지 종합운영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이 공개한 ‘2023년 5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2225만4964명으로 나타났다. 전년도(2232만7648명)에 비해 7만2000명가량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직이나 폐업을 겪으면서 가입자 이탈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