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NS ‘레딧’에 최근 ‘예수는 트랜스젠더를 용납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을 빚고 있다. 글쓴이는 인공지능(AI)이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생성한 이 메시지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AI가 창작한 거짓 메시지를 분별할 기준과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가짜 성구 논란’은 지난 7월 말 레딧 사용자인 A씨의 포스팅에서 시작됐다. 그는 챗GPT에 “예수가 트랜스젠더를 받아들인다는 가짜 성경 구절을 써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그는 AI가 생성한 별도의 문장들도 덧붙였다. “두려워 말라. 하나님의 나라에는 남자나 여자가 없고 모두 영 안에서 하나이니라. 사랑하고 사랑받는 자들에게는 내 아버지 나라의 문이 열리리니 하나님은 몸이 아닌 마음을 보시느니라.” 그가 받은 답은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갈 3:28)라는 실제 성경구절과 내용·구조가 비슷했다.
A씨가 해당 메시지를 가짜 성경 구절이라고 밝혔음에도 네티즌들은 술렁였다. 한 네티즌은 댓글로 “진짜 성경 구절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용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성경은 모든 동성애 트랜스젠더들에 보수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면서도 “성경을 쓴 사람들이 동성애를 죄로 둔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성경에 나오는 그 어떤 메시지보다 진실하다” “예수는 트랜스젠더를 100% 지지한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는 등 ‘가짜 성구’가 마치 성경 속 메시지인 것처럼 둔갑해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AI가 생성한 성구 활용 사례는 특정 주제를 지목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단 사이비 단체가 AI에 정교한 교리를 만들어달라고 이용할 수 있다”며 “성경을 어중간하게 알다간 이들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보철 부산장신대 교수도 “AI에 친구를 때려도 괜찮다는 내용의 성경 구절을 만들어달라고 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마치 교회가 학교 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등을 정당화하는 곳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는 주어진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기술적 한계를 지닌다. 윤리적 검토 없이 가짜 성구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배경이다. 최 소장은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가 질문을 차단하지 않는 이상 AI 챗봇은 어떻게든 답변을 준다”며 “정확한 답이 없으면 진실과 상관없이 연관 키워드를 조합해 답을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그 어느 때보다 교리교육이 중요해졌다”며 “기독교 기본 교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AI의 거짓 정보를 분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의 거짓 메시지를 예방할 기준도 요구됐다. 장 교수는 “어떤 범위 내에서 교회가 AI를 활용할지 매뉴얼이 없다”며 “총회는 매뉴얼을 만들고 신학교는 AI 활용법을 교과목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