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있다고 했다” 경찰 추락사, ‘집단 마약 의혹’ 수사

입력 2023-09-04 00:04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경찰관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집단 마약 파티’ 의혹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은 숨진 A경장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는 한편 전용면적 37평(약 122㎡) 크기 아파트에 남성 16명이 모이게 된 경위, 모임의 성격 등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31일 동석자 15명 전원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 중 일부는 “좋은 게 있다고 해서 갔더니 (집안에) 마약이 깔려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현장에서는 주사기와 성분을 알 수 없는 알약 등이 발견됐었다. 15명에 대한 간이시약검사 결과 5명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경찰은 진술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A경장의 마약 투약 여부와 관련한 진술도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일부는 “A경장이 마약 투약을 하는 모습을 봤다”고 한 반면, 일부는 “그런 장면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A경장의 마약 투약 여부 정밀 감정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와 함께 ‘A경장이 스스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는 동석자들의 진술이 범행을 감추기 위해 입을 맞춘 것은 아닌지, 타살 혐의점은 없는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또 해당 모임의 실체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하고 있다. 이들은 ‘헬스 동호회’로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의사, 대기업 직원, 헬스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군이 섞여 있는 데다 한 아파트에 16명의 인원이 모여 있었고 현장에서 다량의 마약류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집단 마약 파티’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한다. 해당 아파트 호수에서 거의 매일 밤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렸고, 과일이나 생수가 담긴 택배가 자주 배달됐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3일 “집단 마약 파티였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며 “추가 동석자 존재 여부, A경장에 대한 타살 혐의점 등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