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가면 가요도 가르쳐주고 실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강의도 배울 수 있어 참 좋아요.”
남편을 여의고 5년째 홀로 사는 김정숙(80) 할머니는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청춘행복학교’에서 배웠던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떠올리곤 한다. 트로트나 건강체조도 배우고, 유명 인사 특강도 들을 수 있다. 비슷한 연배끼리 모여 많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김 할머니가 언급한 청춘행복학교는 경북 의성군에 있는 4개 교회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섬김·전도 프로그램이다. 구세군노매실영문교회(채미숙 사관) 믿음의교회(이영락 목사) 점곡교회(서영희 목사) 구세군문경영문교회(인근열 사관) 4개 교회가 뭉쳐 지난해 9월부터 1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소멸도시 1위’ 교회 4인방의 도전
특히 ‘전국에서 가장 늙은 지역’으로 꼽히는 의성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교회들의 섬김 노력이 눈길을 끈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의성군은 ‘지방소멸 위험지수 전국 1위’다.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45%로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높다.
사역의 시작은 우연이었다. 지난해 1월 점곡교회에 부임한 서영희(55) 목사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교회는 거의 분열 수준이었고 남은 성도들은 화합이 되지 않아 살벌한 분위기에 가까웠다. 그런 와중에서도 서 목사에게 ‘지역주민을 섬기겠다’는 의지만큼은 가득했다. 어느 곳부터 손봐야 할지 막막하던 그때 서 목사는 한국도농선교회(본부장 최원수 장로)가 안내하는 청춘행복학교 전단을 봤다.
서 목사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 어르신을 섬기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곳저곳 수소문했다. 그 결과 최원수 본부장의 소개로 의성 지역의 다른 교회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도 의지나 복음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여건이 안 돼 기도만 하고 있던 교회들이었다. 서 목사는 “(4개 교회) 목회자들이 뭉쳐 뛰어드니 그동안 주민들이 쳐다보지도 않던 교회가 모두의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웃음치료사’로 변신한 목사님
공간만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 교회 목회자들은 저마다 웃음치료사 자격증 등을 직접 땄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프로그램은 정보와 재미가 어우러진 ‘어르신 맞춤형’으로 꾸며져 있다. 아픈 부위에 파스를 붙이는 법부터 노래 수업, 노인 체조, 동화책 읽기 등은 기본이다. 칼·가위·농기구 등 날을 갈아주는 ‘칼갈이 수업’을 비롯해 물리치료 전문가 초빙 특강, 간호사의 건강 수업 등도 마련돼 있다.
프로그램은 매주 금요일 4개 교회 장소를 돌아가면서 진행된다. 오후 시간 대에 1시간 정도 이어지는데 참석 인원은 평균 50여명이다. 농번기에는 30여명, 농한기에는 80명 넘게 참여하기도 한다. 평일 오후 한적했던 시골교회가 시끌벅적해진 분위기 자체가 이색적이다. 이렇게 지난 1년간 이어온 성적표는 수우미양가로 따지면 ‘수’에 가깝다.
권갑늠(80) 할아버지는 “무교지만 꾸준히 점곡교회의 청춘행복학교에 다니고 있다. 나가기 시작한 지는 4~5주 정도 됐다”며 “청춘행복학교가 있어 교회에 가는 것이 재밌다. 서울대 박사님 강의 내용도 너무나 유익했고 노래교실 등 레크리에이션도 즐거워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채미숙 구세군노매실영문교회 사관(목사)은 “어르신들이 자주 교회에 나오니 교회에 대해 마음 문을 활짝 여신다”며 “예수님을 영접하고 ‘앞으로 교회에 출석하고 싶으니 데리러만 와달라’며 정착하신 분이 여섯 분이나 계신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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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4개 교회는 오는 18일 오전 10시 믿음의교회에서 청춘행복학교 콘퍼런스를 연다. 이 같은 사역을 원하는 교회들을 위해 레크리에이션 팀을 연결해주는 등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영락 믿음의교회 목사는 “청춘행복학교는 농촌 지역사회 어르신을 섬기고 전도하는 데 유용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김동규 조승현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