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주님이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은 여러 번이지만 디베랴 바다에 나타나신 사건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한은 20장에서 결론까지 내리고 다시 21장을 추가로 쓴 듯합니다. 여기서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제자들은 왜 갈릴리 바다로 갔을까 하는 점입니다.
사명을 버리고 세상으로 돌아간 것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못합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신 지 불과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신앙이 없더라도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확인한 사람들이 불과 한 달 만에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베드로와 그를 따라나섰던 사람들의 신앙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베드로는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 말씀처럼 세 번 부인했습니다. 이렇게 주님을 부인한 후 회개했는데 며칠 만에 타락할 수는 없습니다. 열두 제자 중 도마는 사리가 분명한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부활의 주님을 똑똑히 두 눈으로 확인한 도마는 분명한 신앙 고백을 했습니다. 또 나다나엘은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는 사람(요 1:47)이라고 주님도 인정했습니다. 세베대의 두 아들도 보통 사람들이 아닙니다. 어떻게 열두 제자 중 믿음이 좋은 사람들만 골라서 세상으로 내려갈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주님이 부르실 때까지 기다리며 소일삼아 갔을까요. 주석가들은 이 말씀에 대해 “아마 그들은 주의 나타나심을 기다리다가 소일 삼아 갔을 것이다”, “그들이 기다리는 동안 게으르지 않기 위해 갈릴리에 가서 고기를 잡았다” 등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나 이 설명도 좀 빈약합니다.
오히려 주님을 만나고자 하는 그들의 신앙과 열정이 갈릴리로 가서 그물을 던지게 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잡히시기 전에 “내가 살아난 후에 너희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리라”(마 26:32)고 하셨습니다. 부활하신 후에도 여인들에게 당부하시기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 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마 28:10)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러 갈릴리로 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갈릴리는 그들이 맨 처음 부름을 받은 곳이며 은혜받은 곳이며 사명을 받은 곳입니다. 풍랑에서 건짐을 받고 물 위를 걷기도 하는 등 주님과 제자들에게 깊은 추억이 깃든 곳입니다. 예수님의 분부를 따라 갈릴리로 왔지만 주님이 어디 계신지 만날 수 없었을 때 바다로 나가 그물을 던지면서 주님을 그리워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밤이 새도록 주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 날이 새기 전 주님은 나타나셨습니다. 그의 모습이 아직 잘 보이지 않았으나 그들은 주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지라” 하시자 어부였던 요한은 그분을 금방 알아차렸고 베드로는 바다로 뛰어내려 주님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우리에게 이들처럼 주님을 만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까. “나를 사랑하는 자들이 나의 사랑을 입으며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니라”(잠 8:17)고 하셨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나의 갈릴리는 어디입니까. 내가 주님을 만난 곳, 내가 은혜를 받은 곳, 내가 사랑을 받은 그 교회가 갈릴리입니다. 주님 만나기를 사모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주일을 기다리며 한 주간을 지내다가 주일 아침이 되면 교회로 달려 나와 주님을 만나 예배하는 그런 성도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황의봉 목사(평안교회)
◇평안교회는 교회 이름을 평안플러스교회로 변경하고 이달 2대 교역자로 이대경 목사를 모십니다. 그리고 39년간 사역을 하던 황의봉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하게 됩니다. 평안교회의 ‘플러스’ 사역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