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25) 류머티즘 고통 중 심장혈관까지 막혀 죽음의 문턱까지

입력 2023-09-04 03:04
방선기 일터개발원 이사장이 2010년 서울 마포구에 자리했던 이랜드의 구 사옥 앞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당시 방 이사장은 질병으로 고생 중이었다. 국민일보DB

보통 인생의 황금기로 50대를 꼽곤 한다. 그렇지만 내겐 50대가 가장 비참한 시기였다. 이전까지 거의 병치레를 하지 않았던 나는 건강에 대해선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손목과 손가락 관절에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류머티즘이 발병했다고 했다.

이후 온몸의 모든 관절에 통증이 찾아왔다. 정말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나는 이를 고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 병원을 다녀온 뒤에도 고통이 가시지 않아 한방의 문도 두드렸다. 보약도 먹고 독특한 한방 약재를 달인 것도 먹었다. 대체의학의 도움도 받았다. 치료 목적으로 온몸을 때리는 곳도 가보고 마사지를 하는 곳도 찾았다. 치유 집회도 참여했다.

그러나 이 모든 노력에도 증상은 아무 차도가 없었다. 엄청나게 낙심이 됐다. 한참 고생하던 중 당시 ‘행복 전도사’로 유명한 한 여성 분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루푸스’란 병으로 고생했다는 걸 알았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심경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2006년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의사가 심장에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장에 아무런 증상이 없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정밀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병세가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혈관의 많은 부분이 막혀 혈관 이식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수술을 받으면서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경험을 했다.

질병의 고통을 겪을 땐 정말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과정에서 하나님은 내게 많은 걸 가르쳐 주셨다. 그간 나는 크게 아파본 적이 없어 몸이 아픈 이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아파보니 몸이 힘든 사람의 심정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 건강에 대해 자만했던 나를 돌아보게 됨도 물론이다. 내 건강이 다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생각이 들면서 절로 겸손한 마음이 생겼다.

질병을 앓으며 얻은 것이 또 있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던 상황이라 안식년을 갖기로 마음먹었는데 이때 떠오른 게 ‘프랑스 현지 언어 연수’다. 아프지 않았다면 하던 사역을 계속했을 테고 새로운 일도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질병으로 고생했지만 하나님은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역을 보여주셨다.

건강 문제를 놓고 나뿐 아니라 주변에서 정말 많이 기도했다. 그 결과 좋은 의사를 만나고 류머티즘을 통제하는 주사도 맞으면서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게 됐다. 심장 수술도 다행히 결과가 좋아 조심하면서 지내고 있다. 지금도 관절 여러 부분에 통증이 남긴 했는데 이것이 ‘내 육체의 가시’인지 모르겠다.

질병 치료를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질병을 고치기 위해선 하나님이 허용한 모든 방법을 다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과 한방치료 대체의학 카이로프락틱 치유기도 등 어느 하나만으론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하나님은 이중 어느 것을 통해서든 고칠 수 있다. 치료하는 분도 하나님이고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지를 결정하는 분도 하나님임을 기억해야 한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