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배수진 친 이재명… 비명계 “방탄용 단식” 비판

입력 2023-09-01 00: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무기한 단식투쟁’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이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을 조목조목 거론하면서 윤석열정부에 맹공을 가했다. 이 대표는 “무능폭력정권” “역사를 부정하고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정권” 등 표현을 쓰면서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올렸다.

이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건 검찰 스토킹”이라며 “2년 가까이 4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통해서 그야말로 먼지 털듯 털고 있지만 단 하나의 부정 증거도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번 단식투쟁이 사법리스크를 모면하기 위한 시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무기한 단식 계획을 공개했다. 그리고 즉각적으로 행동에 옮겼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 비판에 전력을 쏟았다. 이 대표는 일본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정권은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위협하고 해양주권을 침해하는 일본의 핵폐수 투기테러에도 저항은커녕 맞장구치며 공범이 됐다”고 공격했다. 이 대표는 또 “어민·횟집·수산업 종사자들의 생업이 위협받고 국민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는데, 대통령은 ‘1+1을 100이라 하는 선동세력’이라며 국민과 싸우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선 “공산주의 사냥하던 철 지난 매카시가 대한민국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놓고선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가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청년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는커녕 진실 은폐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과 관련해 “종점이 대통령 처가 땅 쪽으로 바뀌고, 의혹이 제기되자 수조원대 국책사업을 느닷없이 백지화한다”면서 “권력 사유화와 국정농단으로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부터 1박2일간 열리는 긴급의원총회에서도 “국민들은 약해 보이지만 물 같은 존재여서 정권을 만들기도 하지만 언제든 뒤엎을 수 있다는 선대들의 말을 대통령, 정부·여당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당대표 사퇴론을 일축하면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민주당 지지자들, 당원들이 압도적으로 당 지도체제를 지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민주당 비명계에서도 곱지 않은 말이 나왔다. 비명계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대표가 단식해야 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방탄용 단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생 발목잡기’로 규정하며 역공을 가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전남 순천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사법리스크가 두렵고 체포동의안 처리가 두려우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면 되는데 왜 자꾸 민생 발목잡기를 하는지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단식투쟁은 이 대표 스스로 제안했다고 한다. 지난 주말 비공개 지도부회의에서 이 대표가 처음 단식 얘기를 꺼냈고, 30일 회의를 재소집해 단식 결정을 지도부 의원들에게 최종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 고위관계자는 “단식에 대한 이 대표의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고 말했다.

박장군 신용일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