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견뎌내기 위해 빚을 낸 자영업자의 연체율도 높아졌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 제한 등 증가하는 대출을 옥죄기 위한 규제에 나섰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48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0조1000억원 늘었다. 이 중 주담대 잔액은 절반이 훌쩍 넘는 1031조2000억원이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1748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0조1000억원 늘었다. 이 중 주담대 잔액은 절반이 훌쩍 넘는 1031조2000억원이었다.
문제는 급속도로 불어난 가계대출이 악성 부채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청된 채무조정 신청자는 상반기에만 9만1981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신용회복 신청자 전체(13만8202명)의 66.6% 수준이다.
채무조정은 3개월 이상 빚을 연체한 채무자에 상환기간 연장, 이자율 조정, 채무 감면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채무조정 신청자의 증가는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채무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착실히 빚을 갚던 채무자(성실상환자) 또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빚을 꾸준히 갚거나 상환을 마친 성실상환자에게는 소액대출이 지원되는데 지난해 소액대출을 신청한 성실상환자는 4만4671명으로, 2018년 2만1690명에서 4년 만에 배로 증가했다. 이들의 연체율은 2018년 6.7%에서 지난해 10.5%로 치솟았다. 빚을 꼬박꼬박 갚고 있지만 한계 상황에 내몰리는 채무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들도 위기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일으켰던 대출이 누적되면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1명당 대출액은 3억3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9000만원)의 3.7배 수준이다. 이들의 연체율 또한 상승하고 있다. 전체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위험률은 지난해 상반기 1.3%에서 하반기 2.0%로 높아졌다. 특히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의 연체위험률은 9.5%에서 14.4%로 급격하게 상승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비자영업자에 비해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부동산 가격 하락에 취약하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이 자영업자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 하락 지속 시 (자영업자) 대출한도가 축소되거나 재연장이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핀셋 대응’을 예고했다. 전체 은행권의 대출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대신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오는 7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을 0.2~0.25% 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도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과 ‘인터넷은행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부채 증가 주범으로 보고 규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시장 상승 기대감에 주담대를 통한 대출이 상당부분 이뤄져 한발 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