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나는’ 청춘… 청년 가구주 평균 부채 5014만원

입력 2023-09-01 04:07

중소기업에서 8년째 일한 직장인 김모(33)씨의 한 달 생활비는 7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300만원 남짓인 월급의 3분의 2를 아파트에 들어간 대출을 메우는 데 쓰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3년 전 경기도 파주에 있는 3억2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그간 모은 1억3000만원에 중도금 대출로 받은 1억9000만원을 보탰다. ‘부동산은 지금이 가장 싸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믿음이 깨진 건 한순간이었다. 한때 분양가의 곱절까지 올랐던 집값은 올해 다시 원점으로 떨어졌다. 아직 그에게 남은 빚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김씨는 “학자금대출을 전부 갚은 이듬해 집을 샀는데, 그때부터 다시 빚쟁이 인생이 됐다”고 말했다.

연체 없이 상환을 지속하는 김씨의 사정은 그나마 청년 ‘하우스 푸어’ 중에는 나은 편이다. 모든 연령대를 덮친 가계부채 위기 속에서 특히 청년층의 재무 상황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31일 통계청의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전국 전체 가구의 평균부채는 9170만원으로 1년 전보다 4.2% 증가했다. 이 중 29세 이하 청년 가구주의 가구 평균부채는 5014만원으로 같은 기간 41.2% 늘어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증가율이 높았다. 1년 새 2000만원 넘게 부채가 늘었다는 것이다.


전세보증금을 낀 채 빚내서 집을 사는 ‘영끌 갭투자’의 증가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시기 부동산 호황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누적 자산이 적은 청년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주택 매매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지금 사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에 급히 주택 매매 시장에 나섰다”며 “정부의 금융 지원책이 이들이 빌릴 돈을 마련해 줬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냉각이나 금리 상승 등의 변수가 발생했을 때 청년층의 대응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전 연령층 대비 배나 높았다. 금융감독원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은행 19곳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20대 이하의 대출 연체율은 0.44%로 같은 기간 전 연령대 연체율(0.21%)의 배 이상 높았다.

가상자산 투자 광풍도 청년층 부채 증가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로나19 시기 극도의 저금리를 겪은 청년들에게 예금보다 가상자산 투자가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각인됐다는 분석이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