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가 운영하는 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도 3년간 재산 신고에 포함하지 않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과거 재산 신고를 누락한 정치인에게는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와 가족은 2020~2022년 가족 기업 등의 배당금으로 1억7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 재직 시절인 2019년 재산 신고 과정에서 수십억원 채무를 빠뜨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우석제 전 안성시장에게 1심과 같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우 전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을 신고하면서 본인과 가족 채무 40억여원(10건)을 고의 누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후보자는 당시 판결문에 “피고인 재산은 실제로는 마이너스 4291만원인데 37억8900만원으로 신고됐다”며 “유권자로 하여금 재산상황에 관해 본질적으로 다른 인식을 갖게 할 정도로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대법원이 형을 확정해 우 전 시장도 직을 상실했다.
이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해당 판결은 당선 목적으로 고의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사건에 해당하는 것이라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신고의 구성요건과 제도 취지 등이 달라 동일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지난 29일 본인과 가족이 보유 중인 ㈜옥산, ㈜대성자동차학원 비상장 주식 내역을 뒤늦게 공개했다. 그는 2020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따라 비상장 주식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됐는데, 이런 사실을 몰라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두 자녀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10억원에 달한다. 그는 “공직 후보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해당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에 재산 증식 등의 목적은 일절 없었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20~2022년 3년간 처가 운영 회사 비상장 주식 등에 대한 배당소득으로 7186만원을 받았다. 배우자는 같은 기간 7427만원을, 현재 30대인 딸은 2021년 2400만원을 배당받았다.
이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 2명의 재산으로 총 72억3158만8000원을 신고했는데,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중 가장 자산이 많은 후보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