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신고 누락한 이균용, 피고인엔 ‘당선무효형’ 선고

입력 2023-08-31 04:06
이균용 신임 대법원장 내정자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김명수 대법원장과 면담을 위해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처가가 운영하는 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하고도 3년간 재산 신고에 포함하지 않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과거 재산 신고를 누락한 정치인에게는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와 가족은 2020~2022년 가족 기업 등의 배당금으로 1억7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서울고법 형사7부 재판장 재직 시절인 2019년 재산 신고 과정에서 수십억원 채무를 빠뜨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우석제 전 안성시장에게 1심과 같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우 전 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을 신고하면서 본인과 가족 채무 40억여원(10건)을 고의 누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후보자는 당시 판결문에 “피고인 재산은 실제로는 마이너스 4291만원인데 37억8900만원으로 신고됐다”며 “유권자로 하여금 재산상황에 관해 본질적으로 다른 인식을 갖게 할 정도로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대법원이 형을 확정해 우 전 시장도 직을 상실했다.

이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해당 판결은 당선 목적으로 고의로 허위 사실을 공표한 사건에 해당하는 것이라 공직자윤리법상 재산 신고의 구성요건과 제도 취지 등이 달라 동일 선상에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지난 29일 본인과 가족이 보유 중인 ㈜옥산, ㈜대성자동차학원 비상장 주식 내역을 뒤늦게 공개했다. 그는 2020년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따라 비상장 주식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됐는데, 이런 사실을 몰라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두 자녀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10억원에 달한다. 그는 “공직 후보자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해당 주식을 보유하게 된 것에 재산 증식 등의 목적은 일절 없었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20~2022년 3년간 처가 운영 회사 비상장 주식 등에 대한 배당소득으로 7186만원을 받았다. 배우자는 같은 기간 7427만원을, 현재 30대인 딸은 2021년 2400만원을 배당받았다.

이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 2명의 재산으로 총 72억3158만8000원을 신고했는데,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중 가장 자산이 많은 후보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