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기후 재원 규모를 수천억 달러가 아닌 수조 달러로 확대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청정에너지 시스템의 규모를 확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후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연중 최대 국제회의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마지드 알 수와이디 COP28 사무총장 겸 특별대표는 3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COP28이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COP’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에너지 전환과 기후기금 재편을 핵심의제로 꼽은 그는 “무엇을 빼앗아 갈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28은 오는 11월 30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다. 이번 총회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이 처음 실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알 수와이디 사무총장은 COP28에서 논의해야 하는 주요 사항에 대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3배 늘리는 등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술탄 아흐메드 알자비르 COP28 의장도 지난달 “화석 연료의 단계적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알 수와이디 사무총장은 이를 재차 언급하며 “다만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에 의존하는 이들에게 대안 없이 현 시스템 사용을 막을 수는 없다. 어떤 에너지가 됐든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의 선택지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기후 재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파리 협정에서 각국이 연간 1000억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캐나다와 독일에 재원을 집행할 수 있는 방법을 보완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더해 국제금융기구를 재편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후 재원을 개도국에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민간 재원까지 동원해 기후 재원을 수조 달러 규모로 대폭 늘려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각에선 알자비르 의장이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최고경영자인 점을 비판하며 COP28에서 화석연료 감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알 수와이디 사무총장은 알자비르 의장이 기후변화 협상은 물론 에너지 분야의 오랜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다며 “ADNOC의 CEO가 됐을 때 기업의 탈탄소를 꾀할 수 있도록 하는 분명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는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이 도래하고 있음을 이해하고 있는 UAE 지도부의 비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OP28에 앞서 유엔기후변화협약 적응주간 행사를 개최한 한국에 감사의 뜻도 표했다. 알 수와이디 사무총장은 “COP에 오기 전 미리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격려하고 재촉할 수 있는 대화 자리가 계속 필요하다”며 “적응주간에 진행된 논의는 COP28에서 성과를 내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