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비중이 총지출의 3%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10년간 총지출 대비 4~5% 선으로 편성되던 R&D 투자 규모가 급감한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에 투입되는 개인 기초연구와 인건비는 올해와 비슷하지만,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사업비와 산학연 협력 등에 드는 예산은 삭감됐다. 연구 현장과 야당 반발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R&D 예산안이 크게 변동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총지출 656조9000억원 중 R&D 예산은 25조9152억원으로 올해 대비 16.6% 감소했다. 과학기술 연구에 직접 쓰이는 ‘주요 R&D’ 예산은 21조5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 줄었다. 기초연구는 2조4000억원으로 2000억원 감액됐고, 출연연 예산은 2조1000억원으로 3000억원 줄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공학 학술연구 기반 구축 사업은 5290억원에서 3927억원으로 감액됐고, 산학연 협력 활성화 지원 사업은 262억원에서 19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개인 기초연구에 드는 예산은 1조6363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4억원가량밖에 줄지 않았고, 인건비와 경상비도 올해 수준으로 편성해 연구자에게 불이익은 없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수천만원 수준의 연구비 나눠 먹기를 효율화하는 차원으로 감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과기부가 줄인 출연연 예산도 인건비를 올려 감소 폭을 10.8%에서 9.4%로 낮췄다. 정부는 올해 대비 줄어든 내년도 R&D 예산 5조2000억원 중 1조8000억원은 일반 재정사업으로 재분류해 실제 감소 폭은 16.6%보다 작은 10.9%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그간 증가 폭을 살펴보면 내년 연구 예산 감소는 두드러진다. 개인 기초연구 예산은 올해 84억원, 집단 연구는 403억원 각각 증액됐었다. 카이스트, 포스텍 등 이공계 학부와 대학원 총학생회는 반대 성명문에서 “R&D 예산 삭감은 연구 환경을 급격히 악화시키고, 연구 몰입 환경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R&D 예산 삭감을 재고하고 과학자들에 대한 존중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야당도 R&D 예산 복원을 약속하고 나서면서 국회 심의에서 R&D 예산안을 두고 공방이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함부로 삭감한 R&D 예산을 반드시 복원시키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정된 재원을 가지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유사중복 사업 등을 정리하는 차원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며 “R&D 사업 평가를 개선해 학계 온정주의로 인한 누수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