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천사’ 남다른 나눔 DNA “지금, 가까운 곳부터 실천을”

입력 2023-08-31 03:01
박한길 애터미㈜ 회장이 최근 세종시청 책문화센터에서 열린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패밀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가입식에서 기부에 대한 평소 지론을 밝히고 있다. 애터미 제공

쇼핑몰 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다시 사업을 시작한 뒤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가진 것을 나눈다.’ 그렇게 첫 월급을 받았고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 월급에서 20만~30만원씩 떼 사무실 인근 초등학교에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기부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했다.

‘기부 천사’로 불리는 박한길(공주 원로원교회 장로) 애터미㈜ 회장의 나눔 이야기다. 그는 영업이익이 날 때마다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형편이 안 될 때도 있지만 이웃돕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박 회장뿐만이 아니다. 가족 역시 기부와 섬김에 나서고 있다.

부인 도경희 부회장과 두 아들, 두 며느리, 3명의 손자 등 일가족 9명이 모두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회원이 됐다. 박 회장은 2014년, 도 부회장은 2015년에 각각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지난 3월엔 자녀와 손자도 가입했고 지난 7월엔 박한길 도경희 부부가 각각 1억원을 추가 기부하며 총 11억원을 기부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최다 인원, 최대 금액으로 ‘패밀리 아너’가 됐다고 최근 밝혔다. 가족 단위로는 전국 최대 기부액이다.

회원 가입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박 회장(오른쪽 네 번째)과 부인 도경희(오른쪽 세 번째) 부회장. 애터미 제공

박 회장은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공익을 위해 회사의 이윤을 나누는 것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었던 것은 청지기 마인드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지기란 주인 대신 관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회사도 재정도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맡겨 주신 것이라는 게 기독교 정신입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하나님이 인도해 주셨다는 걸 깨닫습니다.” 박 회장은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애터미의 사훈 첫째 조항은 ‘영혼을 소중히 여기며’이다.

박 회장은 “나눔은 가까운 곳부터, 작은 것부터, 지금부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더 벌어서, 더 크게 기부한다’는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부담스러워진다는 것이다. 적은 금액이라도 지금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나눔이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녹아든다고 했다.

애터미의 나눔 활동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2021년 500대 기업 중 애터미는 순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2.04%로 유일하게 2%를 웃돌았다. 전체 평균 0.09%에 비하면 22배 이상이다. 지난해엔 249억원을 기부해 순매출액 대비 2.01%의 기부금 비중을 기록했다.

애터미의 나눔사업 중 하나인 ‘생소맘’(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맘) 기금(100억원)은 단순히 미혼 한부모가족의 생활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꿈과 목표를 갖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통합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목표이다. 박 회장은 “소중한 생명을 선택했다는 것 때문에 청년기를 희생한 이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생소맘 기금은 국내 최초의 ‘미혼 한부모가족 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에 사용되고 있다. 내년 9월 준공 예정인 센터는 연면적 1243.10㎡(377평)의 4층 건물로 지어지고 있다. 센터가 준공되면 미혼 한부모가족의 출산과 양육, 자립을 도모한다. 또 그들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상담치료와 주거지원, 건강지원, 아이돌봄 등의 코칭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애터미는 생소맘 기금 외에도 컴패션 실로암안과병원 전주예수병원 등에 줄잡아 500억원 가까이 기부한다.

이밖에 대전과 세종, 충남 지역의 저소득, 다문화, 한부모 가정 지원, 고등학교 교육 기자재 및 장학금을 지원한다. 노인 아동 장애복지시설을 위한 생필품 및 지원금 기부, 세종시 장애인 콜택시 구입비 지원 등의 나눔 활동도 펼치고 있다.

박 회장은 “나눔이란 더 가진 사람이 덜 가진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라며 “널리 사람을 사랑하고 이롭게 하는 것, 곧 박애이며 홍익인간(弘益人間)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유영대 종교기획위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