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I동일 소액주주 지분은 8% 넘게 결집했다. 2대 주주인 서민석 DI동일 회장의 지분(5.93%)을 가뿐히 제쳤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αCT)’에 따르면 30일 오후 1시 30분 기준 주주 740명의 주식 214만3363주가 결집됐다. 본격적으로 모집을 시작한 지 사흘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업계 관계자들도 놀라운 속도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DI동일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으며, 그 원인이 바로 DI동일의 지배구조에 있다고 본다. DI동일은 국내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최대 업체인 동일알루미늄을 보유하고 있는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손꼽힌다. 관련 매출 비중이 43%로 적지 않다. 이날 종가기준 DI동일의 시가총액은 6185억원으로 배터리 관련주들이 조 단위 기업가치로 시총 상위를 점령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DI동일 소액주주들은 지난 3일 사측에 소액주주연대를 설립했음을 알리고 전자투표 도입과 자사주 전량 소각, 주주명부열람을 요청하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내달 8일 이와 관련한 사측과의 첫 만남이 예정돼 있다. 소액주주 연대 관계자는 “내용 증명에 대한 답변과 회사 측과 미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임시주주총회 소집, 내년 주주총회 시 사측 안건 전부 반대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영진 잘못으로 거래가 중단된 회사의 경우 소액주주들은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비료 제조업체 대유의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28일 지분 12.03%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대유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김우동 조광ILI 회장의 배임 혐의로 주권 매매가 정지돼서다. 경영진 교체로 거래 재개 확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성공 사례도 있다. 국내 골판지 1위 제조업체 아세아제지는 지난달 12일 공시를 통해 배당확대와 자사주 취득, 자사주 소각, 중·장기적인 IR활동 등을 담은 주주환원책을 세웠다고 밝혔다. 앞서 아세아제지 소액주주는 지분 6% 이상을 결집해 주주가치 제고안을 요구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행동주의는 과거 ‘승산 없는 싸움’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다”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활성화로 소통과 결집이 쉬워진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