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넘어 사회안착 돕는다… 삼성희망디딤돌 2.0 업그레이드

입력 2023-08-31 04:06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가 지난 29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삼성희망디딤돌 2.0’ 출범식에 참석해 사업 공동운영을 위한 협약식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이 장관,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이세중 함께일하는재단 이사장. 삼성 제공

“새로운 삼성 반도체 단지에서 설비배관팀과 함께 반도체 라인을 완성하고 있는 제 모습을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겁니다.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은 공평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오늘의 나 자신 안에 있습니다.”

삼성 ‘반도체 정밀배관 기술자’ 양성 과정에 입과한 교육생 김모(23)씨가 다짐을 밝히자 박수가 쏟아졌다. 김씨는 삼성희망디딤돌 경북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이다. 그는 지난 29일 삼성 ‘인재 육성의 요람’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삼성희망디딤돌 2.0’ 출범식에 교육생 대표로 단상에 올랐다. 자립준비청년을 돕기 위해 정부와 국회, 기업 등에서 지도층이 모인 자리였는데, 김씨의 담담하면서도 다부진 포부는 되레 ‘어른’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그는 “삼성희망디딤돌 2.0의 1기라는 자부심이 있다. 향후 입과할 2기, 3기 후배들의 진로를 이끌어주는 선배가 돼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삼성희망디딤돌 2.0은 ‘취업 교육’에 방점을 찍는다. 자립준비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걸 목적으로 한다. 삼성이 지난해 전국에 있는 희망디딤돌 10개 센터에서 거주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과 센터 관계자 200여명을 조사한 결과 경제적 자립을 위해서는 취업이나 커리어 설계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기에 착안해 삼성희망디딤돌 2.0이 탄생했다.


삼성희망디딤돌 1.0이 주거공간이라는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2.0 사업은 교육이란 소프트웨어로 뒷받침한다. 삼성은 희망디딤돌 2.0 소개 영상에서 “삼성의 인프라와 시설, 인력을 활용한다. 취업과 직결하는 기술과 기능 교육을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온전한 어른으로의 성장을 돕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김씨가 받고 있는 교육 과정 외에도 전자·IT 제조 기술자, IT 서비스 기사 교육이 이달부터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 한식 조리사와 선박제조 기술자 교육 과정도 개설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온라인 광고·홍보, 중장비 운전기능사, 애견 미용사, 네일아트 미용사 교육 과정도 문을 연다. 일부 과정은 교육 수료 후 협력사에 취업해 직무를 수행할 수도 있어 자립준비청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이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2, 3개월짜리 교육 과정에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SDS,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제일기획, 웰스토리 등 삼성 관계사들이 기꺼이 동참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교육생은 “오전에도 수업을 듣고 왔다. 제조기술을 배우는데 토론까지 하라고 한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삼성희망디딤돌은 단계별로 ‘주거 안정(희망디딤돌센터)→정서 안정(멘토링)→경제 자립’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여러 기관이 동행하면서 ‘함께하는 캠페인’으로 진보하는 중이다.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함께일하는재단이 2.0 사업을 공동운영한다. 고용부는 ‘미래내일 일경험사업’의 하나로 청년들이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수당, 교육 사업비 등을 행정적으로 지원한다. 복지부는 전국 자립지원전담기관과 산하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교육생을 모집하고 사업을 홍보한다.

새롭게 선보인 브랜드 슬로건 ‘3색 조약돌’에는 민·관이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새 로고에는 세 개의 디딤돌이 있다”면서 “하나는 제도와 정책으로 도와주는 정부부처와 국회를 의미하고, 두 번째는 자립준비청년을 응원하는 기관 종사자와 각계 시민단체의 마음을 뜻한다. 세 번째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잠재력을 넓게 펼칠 수 있도록 삼성과 기업들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고 말했다.

용인=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