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군이 3명으로 압축되면서 막판 레이스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양종희·허인 KB금융 부회장의 ‘2파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30일 KB금융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다음 달 8일 후보자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한 뒤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확정된 후보자는 오는 11월 2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 9년 만에 KB금융 회장이 교체되는 것이다.
KB금융 안팎에서는 큰 이변 없이 내부 인사 중 1명이 회장 자리에 오르지 않겠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 다른 금융지주 회장 선출 때처럼 강력한 관료 출신 외부 후보가 등장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
양 부회장과 허 부회장 각자 장점이 뚜렷해 차기 회장으로 누가 맡아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2020년 부회장직을 신설해 경영 승계를 준비해왔다.
양 부회장은 2021년 부회장직에 가장 처음 오른 인물이다.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를 이끈 뒤, KB손해보험 대표이사에 올라 5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지주사 경영·전략 업무 경험이 많고, 비은행권 경험을 쌓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허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장을 지낸 유력 후보다. 국민은행 설립 최초로 은행장 3연임에 성공한 뒤 부회장에 올랐다. 은행장 당시 디지털부문 경쟁력 강화로 ‘리딩뱅크’를 탈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일에 싸여있던 외부 인사 후보는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은행(HD은행) 회장이었다. 김 회장은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다.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하나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해 HD은행 회장으로 선임됐다.
김 회장은 앞서 은행연합회장뿐 아니라 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며 금융권 ‘불사조’로 불렸다. 김 회장은 2018년 하나금융 회장 선임 절차에서 김정태 당시 회장의 대항마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뒤 하나금융을 떠났다. 2020년 KB금융지주 회장 ‘숏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들 3명 모두 1961년생 동갑의 서울대 동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양 부회장은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허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법대 1년 후배다. 김 회장은 영문학을 전공했다. 허 부회장은 경남 진주, 양 부회장은 전북 전주, 김 회장은 서울 출생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