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정 몰래 침입해도… 지능형 CCTV는 못 피한다

입력 2023-08-31 00:05 수정 2023-08-31 00:27
에스원 소속 직원이 지난 29일 고려대 종합상황실에서 지능형 CCTV 영상을 보며 관제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스원 제공

개강을 앞둔 지난 2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의 종합상황실. 학내 통합관제를 담당하는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고화질 CCTV 영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방 앞쪽 왼편에는 지능형 CCTV 화면과 함께 침입 등의 ‘감지 이벤트(사건)’ 목록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었다. 지능형 CCTV가 비추는 구역에 사람이 돌아다닐 때마다 파란색 박스로 표시됐다. 에스원 보안요원들은 시시각각 화면을 살피면서 시스템 관리업무로 바빴다.

무차별 흉악범죄와 살인 예고 글이 잇따르자 대학가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부지가 넓고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대학 교정에서 위험을 빠르게 탐지하려면 고도화한 보안 기술이 필요하다. 고려대는 보안기업 에스원의 지능형 CCTV인 ‘SVMS(스마트 비디오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흉악범죄 예방책 중 하나로 떠오르는 지능형 CCTV부터 살폈다. 에스원의 SVMS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사물을 실시간 자동 식별한다. 캠퍼스 내 21개 구역에 SVMS를 설치했다. 건물 옥상 출입구, 집수정(물탱크) 인근, 계단이 가파른 건물 앞, 대학 상징 조형물 앞 등이다. 침입·가상펜스(특정 경계선을 넘어갈 경우)·배회·쓰러짐·방치 등의 알고리즘에 따라 11가지 사건을 식별한다.

보안 솔루션이 적용된 고려대학교 종합상황실 모습. 에스원 제공

예를 들어 낯선 사람이 출입금지 공간에 들어와 일정 시간 이상 머무르면 SVMS가 침입으로 인식하고 상황실에 알린다. 알림을 받은 직원은 즉시 사건을 파악하고 출동한다. 해당 구역에 설치한 스피커에서 비상 경고가 나오거나, 상황실에서 육성으로 경고 방송을 할 수 있다. 옥상 출입구에 설정한 경계선을 넘어간 사람도 탐지 가능하다. 특정 구역에 방치된 수상한 물건을 감지하는 기술로 폭발물 설치 등을 막을 수도 있다.

SVMS를 포함해 고려대 안에 설치된 CCTV는 모두 2364대다. 화질은 최대 800만 화소까지다. 운동장, 주차장 같은 넓은 구역을 비춰야 할 때 고화질이 필요하다. 주차장에 자리한 800만 화소의 CCTV를 보니, 보통 CCTV라고 하면 떠오르는 화질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였는데도 화질 저하는 느껴지지 않았다. CCTV로 줌인을 하니 주차 차량의 번호까지 선명하게 드러났다. 많은 인파가 모이는 학교 행사에서도 고화질 CCTV로 상황을 살핀다고 한다. 하반기에는 산책로 등의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CCTV를 추가할 예정이다.

인적이 드문 외곽 13곳에는 비상벨을 부착한 ‘비상타워’가 있다. 실제로 비상벨을 눌렀더니 매우 높은 음으로 “삐-” 소리가 이어졌다. 같이 달려있는 마이크로 상황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상황실에선 CCTV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볼 수 있다. 위급상황에서 나오는 소리를 감지하는 음원 감지기도 설치돼 있다.

취약 장소인 주차장과 여자 화장실에도 비상벨은 있다. 여자 화장실에는 칸마다 비상벨이 자리한다. 총 1769개가 설치돼 있다. 주차장의 경우 4곳에 153개가량의 비상벨을 배치했다. 비상벨을 누르면 상황실과 에스원 관제센터에 전파되고, 화장실 인근 CCTV로도 신호가 간다.

에스원은 현재 236개 대학에서 보안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다. 캠퍼스 입지 및 내·외부 환경 분석을 통한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도 실시 중이다. 에스원 관계자는 “이제 최첨단 보안 솔루션은 대학교 등 대형 장소에서 필수 요소”라고 30일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