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는 풀뿌리 평신도들의 영적 각성으로 이뤄질 것”

입력 2023-08-31 03:03
토머스 비커톤 UMC 감독회장이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풀뿌리 평신도와 일반 대중의 영적 각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미국 연합감리교회(UMC) 수장인 토머스 비커톤 감독회장이 방한했다. 3만여 교회 620만 성도를 보유한 UMC는 침례교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교단이다.

비커톤 감독회장은 30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세상과 단절되지 않는 교회를 강조하며 ‘풀뿌리’ 평신도들의 영적 각성을 촉구했다.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원탁회의’에 UMC 감독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그는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에서 듣지 못했던 남북 간 지정학적 상황과 핵무기에 대한 현실적 위협 등을 알게 됐다”며 “이럴 때일수록 교회의 영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마틴 루서킹 주니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인도의 간디를 언급한 비커톤 감독회장은 “이들 모두가 영적 지도자였다”며 “교회 역할은 사회가 보지 못하는 거룩함과 정의를 일궈나가는 영적 지도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초 미국 켄터키주 애즈버리대학에서 일어난 부흥운동의 핵심을 ‘풀뿌리 영적 각성’으로 해석한 그는 “일반 대중이 일구는 영적 각성 운동은 사회와 모든 조직, 종교를 새롭게 바꾼다”며 “한반도 평화 역시 영적인 부흥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남북한의 평화는 정부 기관이나 고위 인사의 발언이 아니라 풀뿌리 대중의 영적 각성으로 이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커톤 감독회장은 미국교회의 침체 원인으로 교회와 사회의 단절을 꼽았다. 그는 “문화와 세대, 시대는 변하는데 교회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교회에 오지 않는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과 밀접한 곳으로 떠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일반 단체들이 교회보다 더 교회다운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은혜 친절 이웃사랑 등 교회가 지켜온 가치들을 세속 단체들이 가져다가 사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복음의 메시지는 변하지 않지만 전하는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귀를 기울이고 삶을 나눠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역설했다.

한편 동성애 목사 안수와 동성결혼 허용 등의 문제로 교단 분열을 겪고 있는 UMC 상황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비커톤 감독회장은 “지난 40년간 UMC 총회에 참석해 왔지만 이번 총회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며 “분명히 변화가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인지 예측할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생명력 있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UMC 매체인 연합감리교뉴스 등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5500여 교회가 교단을 탈퇴했고, 동성애에 반대하는 글로벌감리교회(GMC)로 이탈이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