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이 발주한 건설사업관리용역(감리) 입찰 과정에 장기간 수천억원대의 담합이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건축사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30일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KD 등 11개 건축사사무소 사무실과 임직원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들 업체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LH와 조달청이 발주한 행복주택지구 등 아파트 건설공사의 감리용역 입찰에서 순번, 낙찰자 등을 사전에 합의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낙찰받은 용역 규모가 건당 수십억원에 이르는 점에 비춰 총 담합 규모는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중 상당수는 LH 출신 직원을 영입한 ‘전관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간 짬짜미를 통해 감리업체가 선정되고 이후 공사 관리·감독이 부실하게 이뤄진 게 결국 철근 누락 등 부실 공사로 귀결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없이 검찰이 자진신고 사건으로 수사에 착수한 두 번째 사례다.
검찰은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한 뒤 입찰 담합에 연루된 LH 전현직 임직원과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LH나 조달청에서 발주하는 용역은 모두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것인 만큼 사안이 중하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와 별개로 경찰도 LH가 발주한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를 수사 중이다. 공정위 역시 LH가 발주한 15개 아파트 단지의 설계·건축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시공사 13곳을 상대로 하도급법 위반 혐의 및 감리 입찰 담합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