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93조 가스공사 52조… 공공기관도 부채 ‘눈덩이’

입력 2023-08-31 04:06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4일 임시 집무실로 처음 출근하며 20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공사 부채 사태를 두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당국 수장 후보자가 첫 메시지로 한전 부채 해결을 언급할 만큼 공공기관 부채 문제는 심각하다.

민간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부채도 급증하면서 국가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특히 한전과 가스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난 심화가 전체 공공기관 부채 규모를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는 두 기관의 체질 개선을 통한 부채 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347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670조원으로 2021년(582조4000억원)보다 87조6000억원(15.0%)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자본 대비 부채비율도 174.3%를 기록, 전년보다 22.5%포인트 높아졌다.

늘어난 부채의 73% 정도가 한전과 가스공사에서 나왔다. 지난해 한전 부채는 192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7조원 늘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 부채는 201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가스공사 부채는 52조원으로 전년보다 17조5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구입 비용 증가분을 공공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공사채를 대규모로 발행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한전과 가스공사를 제외하면 공공기관의 재무구조는 오히려 개선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두 회사를 제외한 공공기관 부채 비율은 130%에서 128.0%로 2.0%포인트 감소했다.

정부는 한전 부채 완화를 목표로 지난해 4월부터 전기요금을 5번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총 40.4원 인상했다. 지난 5월부터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체질 개선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각각 25조원, 15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발표한 상태다.

다만 최근 OPEC플러스(OPEC+) 감산 영향으로 원유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유가가 오르면 발전 도매원가가 상승해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가격도 오름세다. 만약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 4분기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불발된다면 부채 증가세가 지속될 수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에너지 공기업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심할 경우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부채 완화를 우선에 두고 에너지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