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온난화… “바닷가재가 안 잡혀요” 다시마 양식하는 美어민

입력 2023-08-30 04:07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북동부 메인주에서 3대째 바닷가재잡이를 해온 어부 스티브 트레인은 최근 다시마 양식업을 시작했다. 해안 환경 급변으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자 바닷가재 수확만으로는 생계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기후위기가 해양 생태환경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트레인의 사례를 소개하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어업 생태계까지 파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닷가재가 대표 특산물인 메인주를 비롯한 대서양 연안 지역의 수산업계 피해가 두드러진다. 바닷가재 어업이 메인주에 가져다주는 경제 효과는 연간 3억8800만 달러(약 502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 이 지역 바닷가재 어업의 미래는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미국 바닷가재 어획구역은 지난 50년 동안 북쪽으로 260㎞, 수심은 21.3m 더 깊어졌다. 바닷가재 같은 갑각류가 차가운 물을 찾아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한 탓이다.


트레인도 2018년부터 지난 5년간 그물을 점점 더 깊은 곳에 쳐야 했다. 그는 “지난 6월 랍스터를 잡기 위해 그물을 설치한 지역은 평년 같으면 보통 8~9월에 치는 곳”이라며 “이는 수온이 급격히 상승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메인주의 바닷가재 어획량은 2016년 1억6670만 달러였지만, 지난해에는 1억2000만 달러까지 감소했다. 리처드 와일 메인대 랍스터연구소장은 “지구온난화로 대서양 해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해류도 변화하기 시작했다”며 “세계적 수준의 생산성을 자랑하던 메인주 바다 자원은 고갈 직전”이라고 우려했다.

어업 생태계 위기는 비단 대서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양 열파현상이 나타나면 해파리가 급증하고 영양가 높고 지방이 많은 상업용 어종들은 감소한다.

미국 서부 태평양을 접한 오레곤주와 워싱턴주에선 연어 어획량이 급감했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달 연어의 본고장인 알래스카에서 연어 어획량이 지난 40년간 꾸준히 감소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지중해의 지난달 평균 해수 온도는 관측 사상 최고수준인 30도까지 치솟았다. 지중해 연안 산호초와 열대 해양 생물의 폐사가 확인됐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수온이 너무 따뜻해지면 산호조직에 서식하는 조류가 배출돼 하얀색으로 변하는 백화현상이 일어난다. ‘바다의 숲’으로 불리는 산호초 군락의 사멸은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된다는 걸 의미한다. 해양생물 25%는 생애 중 일정기간 산호초에 의존해 살아간다.

지난 6월부터 전례 없는 폭염에 시달리는 플로리다에서도 산호초와 해양자원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플로리다 사라소타에 있는 비영리단체 모트해양연구소는 올여름부터 ‘산호초 복원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폐사 위기에 처한 수천개의 산호초를 지상에 마련된 시설로 옮기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 책임자인 제이슨 스파다로는 “우리는 지금 대량 표백 사태의 한복판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 나타난 급격한 해수면 온도 상승은 해양의 자정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다가 이상기후 현상 속에서 스스로 최초의 균형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NOAA 선임과학자 마이클 맥파드는 “극한적인 폭염으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생태계와 수산업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