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방선기 (22) 사교육 반대·출산 장려 등 일상신앙 실천운동에 나서다

입력 2023-08-30 03:04
방선기 일터개발원 이사장은 좋은교사운동과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와 ‘입시·사교육 바로 세우기 기독교 운동’(입사기)을 펼쳤다. 사진은 방 이사장(왼쪽 두 번째)이 이들 단체와 2014년 입사기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국민일보DB

이랜드 직원을 상담하면서 기혼 직원의 가장 큰 고민이 ‘자녀 사교육비’임을 알게 됐다. 이는 이랜드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가정의 고민이다. 개인적으로 과외 한번 받아보지 않았고 자녀들 역시 사교육을 시키지 않은 지라 이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다.

사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나서는 우리 사회에 보편화된 사교육과 싸움을 선포했다. 교육 전문가와 함께 ‘입시·사교육 바로 세우기 기독교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나는 학부모에게 ‘사교육 무용론’과 대학 입시에 매몰된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소용이 없었다. 목회자를 모아서 이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교회 성도에게 이 부분을 강조하도록 부탁도 했다. 그러나 이조차 무용지물이 됐다. 목회자부터 사교육에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2000년대 초 ‘출산율이 북핵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포항 선린병원장에게 산부인과가 축소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이때부터 주변에 출산을 장려해왔다. 불임으로 고민하는 부부를 위한 기도에 힘쓰는 동시에 직원에게 출산 장려 설교도 전했다. 이때가 2005년으로 이미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떨어졌을 때다. 출산 장려가 신앙과 거리가 있어 보였는지, 당시 한국교회에선 논쟁거리조차 못 됐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상 모든 영역에 믿음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하고 시도한 일이 또 있다. 혼·상례 비용 문제다. 정부가 ‘건전가정의례준칙’을 만들 정도로 우리 사회의 혼·상례 비용 문제는 오랜 논란거리다. 기독교인이 본이 되면 어떨까 싶어 계몽운동을 펼쳤다. 주변 사람에게 작은 결혼식을 강조하며 자녀들의 결혼도 간소하게 치렀다. 이런 솔선이 사람들 보기엔 별 의미 없는 노력으로 비쳤던 것 같다. 지금도 비슷한 주장을 하지만 한국교회에 이에 대한 반응은 그다지 없는 편이다.

연이어 신앙 실천 운동에 실패하면서 일상 신앙의 가치를 새삼 느꼈다. 기독교인은 흔히 세상과 구별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은 종교적으로 구별된 모습을 떠올린다. 제일 먼저 꼽는 게 주일성수와 십일조 생활이다. 성경 읽고 기도하는 경건생활 역시 기독교인으로 구별되는 지점이다. 일상에서 구별되는 점은 술·담배를 멀리하는 것 정도다.

기독교인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선 이런 부분보다 우리 사회가 문제로 느끼는 부분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사교육이나 입시 문제, 결혼과 출산을 대하는 자세가 비신자들과 다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않을까. 결혼을 미루고 부부가 출산하지 않는 추세가 요즘 큰 문제라고 한다. 기독교인이 경제적 여건이 아닌 믿음으로 결혼과 출산을 결심하는 것 또한 구별된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교회는 성도의 믿음이 일상에서 드러나도록 가르치고 격려해야 한다. 앞으로 일상에서 믿음을 지키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기독교인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