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에너지 기업으로는 최초로 기술연구소 시스템을 갖춘 것이 연구·개발(R&D)로 새로운 기업가치를 성공적으로 창출한 요인이다. 그게 차별적 우위 1번이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이지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R&D 경영 40주년 성과 발표’ 콘퍼런스에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두 교수의 연구팀이 주목한 SK이노베이션 R&D 경영의 핵심은 정확하게는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에 있다. 지난 40년간의 SK이노베이션 R&D를 분석한 결과, 제품 품질과 원가 경쟁력 강화, 공정 최적화 등의 공통역량 축적에서 나아가 ‘사업 개발’을 염두에 둔 R&BD 구조를 지닌 게 가장 큰 차별적 우위였다. 정유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학, 윤활기유, 배터리, 분리막, 바이오 등 또 다른 핵심 사업을 연쇄적으로 개발하고 사업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송 교수는 “선대회장 때부터 기업이 하는 R&D는 결국 사업화가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R&D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경영 시스템을 잘 구축해왔다”고 29일 설명했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초기부터 철저히 사업적 관점에서 수익 창출까지 내다보는 R&D를 해왔기 때문에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의 R&D 경영 40주년의 뿌리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에 두고 있다. 정유사 R&D 거점으로는 최초로 지난 1983년 울산에 기술지원연구소(환경과학기술원의 전신)를 설립한 게 출발점이다. 선친의 R&D 경영 이념은 ‘R&D는 미래의 희망이며, 기술 도약 없이는 사업의 도약은 불가능하다’는 최태원 회장 시대로 이어졌다.
최 회장은 R&D 분야를 기존 주력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그린 기술을 지향하도록 독려하면서 친환경 기술 개발을 선도해왔다. 이 교수는 “R&D라는 것이 단순히 시간과 돈을 들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어떤 기술을 R&D할 것인지, 사업 부문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인지 관리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