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사망 한달 지났지만… 산으로 가는 ‘원인 규명’

입력 2023-08-29 04:05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추모객들이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원인을 조사하는 경찰이 이른바 ‘연필 사건’ 외에 지난해 학급 내에서 벌어진 다른 학교폭력 사안까지 들여다보면서 논란을 부르고 있다. 교사 A씨의 극단적 선택 이유는 여전히 베일 속인 상황에서 외부적 요인 등이 수사 방향에 영향을 미치다 보니 수사가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경찰 관계자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 범위 확대와 관련해 “지난해 통화내역, 하이톡(업무용 메신저) 내용, 학급일지 등을 추가 확보해 학부모 민원 등이 있었는지를 폭넓게 수사해 달라는 아버지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필 사건은 지난달 12일 A씨가 담임을 맡은 반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이다.

앞서 서울교사노조는 “경찰이 2022학년도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 학부모 7명을 조사했다. 이는 2023학년도의 진실(연필 사건)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유족 입장을 고려해 가능한 모든 자료와 진술을 확보하고 분석해 사망 원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과 교사노조는 계속해서 진실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노조는 유족의 수사 확대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 “유족 측에 확인한 결과 유족 요청이 있었던 건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A씨의 사촌오빠나 외삼촌은 (경찰이 소통하고 있는) 유족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부모에게 직접 요청받은 내용”이라고 대응했다.

연필 사건의 가해 학생 부모가 경찰 중간간부와 검찰 수사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축소 의혹마저 제기된 상태다. 이에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학부모의 직업은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는 개인정보”라고 말했다.

조사 내용을 두고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A씨와 학부모 간 내선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하자는 것이 유족 요구라고 노조는 주장한다. 경찰은 “A씨의 아이폰은 잠금장치가 돼 있어 포렌식을 할 수 없었다. 통화 녹음 일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업무용 메신저, 통화기록, 학부모 및 동료 교사 진술 등을 종합해도 아직 범죄 혐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통상의 자살사건에서 판단하는 부분은 타살 혐의점 여부”라며 “경찰이 초기 수사 대응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서 교사노조 등의 문제제기를 따라가며 해명만 할 수는 없다. 수사력의 낭비”라고 비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