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간첩단 재판 본인확인 절차도 진통… 판사 “본인은 맞나”

입력 2023-08-29 04:03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남진보연합 활동가 등 4명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한 활동가가 지난 1월 31일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창원간첩단’ 사건이 기소 5개월 만에 비로소 첫 공판이 열렸지만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일부 피고인은 자신의 인적사항에 대한 진술마저 거부했다. 피고인 측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범죄사실이 조작됐고 마녀사냥식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강두례)는 2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황모씨 등 4명의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피고인 가족과 관계자 등이 몰려 법정을 가득 메웠다. 피고인들이 법정에 들어서자 응원의 박수가 나왔고 피고인들은 밝은 표정으로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재판은 인정신문부터 진통을 겪었다. 인정신문은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 피고인 본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황씨 등은 본인이 맞는지는 확인했지만 다른 부분 진술은 거부했다. 김모씨는 본인이 맞는지도 답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본인이 맞는지도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김씨는 침묵했다. 재판부는 “아무도 대답을 안 하시네. (본인이) 아닌 건 아닌 것 같은데”라며 당황스러워하다 “(본인임을) 인정하고 진행하겠다”며 재판을 이어갔다.

재판 지연 문제를 놓고 신경전도 벌어졌다. 지난 3월 검찰 기소 후 4월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으나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절차가 지연됐다.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항고·재항고를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검찰은 “변호인이 각종 절차적 주장을 펼치면서 다음 달 14일 구속기간 만기가 임박한 오늘에서야 1회 기일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국민참여재판에 동의하고 재판부가 소송지휘를 했다면 벌써 1심이 선고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피고인 전원은 지난 25일 보석 신청을 한 상태다.

이들은 2016년부터 북한의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해 ‘자통’을 결성한 뒤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해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국내 정세를 수집해 북한에 보고한 혐의 등을 받는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정치적 양심수로서 남북 관계 발전에 기여하는 인물로 존경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