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권력 누린 공영방송… 구조·체질 획기적 개혁 추진”

입력 2023-08-29 04:05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포털에 의한 뉴스 등 독과점 횡포를 막아 황폐해진 저널리즘 생태계의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28일 “공영방송의 구조와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혁하도록 하겠다”면서 “국민에게 신뢰받는 건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간 공영방송은 상업적 운영방법과 법적 독과점 구조의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공영방송이 국민의 선택과 심판이라는 견제 속에 신뢰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면서 “그동안 공영방송 개혁 노력이 단순한 리모델링 수준에 그쳐왔다면 이번 6기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상식과 원칙에 비춰 공영방송의 구조를 개혁함으로써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면서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서비스·재원·인력구조 등의 개편까지 아우르는 공적 책무를 명확히 부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이행 여부도 엄격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또 “포털과 SNS 등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와 이로 인한 선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익한 정보의 유통은 장려하되 가짜뉴스의 생산 및 유포는 엄단하겠다”면서 “포털에 의한 뉴스 등 독과점 횡포를 막아 황폐해진 저널리즘 생태계의 복원과 소비자의 권리 보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쓴 ‘경세유표’ 서문의 ‘일모일발무비병이(一毛一髮無非病耳) 급금불개필망국(及今不改必亡國)’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구절은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한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이 말씀은 지금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각오”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 내부 결속에도 주력했다. 방통위 직원들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 등 여러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이 위원장은 “이제껏 겪은 여러 힘든 일은 미래를 향한 더 힘찬 도약을 위한 진통”이라고 다독였다.

이 위원장은 취임식 직후 전체회의를 열고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김성근 전 MBC 방송인프라본부장을,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보궐이사에 강규형 명지대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방통위는 5인 체제지만 현재 이 위원장과 이상인 위원을 제외한 세 자리가 공석이다. 회의와 안건 의결은 2인 체제로 가능하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가 조속히 정상화돼 완전체로서 토론과 숙의로 결론을 도출해 내는 소통과 협치의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부디 국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 앞서 현충원을 찾았다. 방명록에는 ‘글로벌 미디어 강국 도약의 초석을 다지겠습니다’라고 썼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