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들 평생 일군 재산 절반 선뜻… “내 인생 최고의 결정”

입력 2023-08-30 03:06
가족과 함께 140억 달러(18조5067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데이비드 그린(왼쪽) 하비로비 설립자와 아내 바바라 그린이 기부 서약 후 미소짓고 있다.

미국의 대형 공예품 도매회사 하비로비(Hobby Lobby)의 설립자 데이비드 그린은 부유하지 않은 목회자 가정에서 자란 크리스천이다. 그의 부모는 데이비드가 어린 시절부터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액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으며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훗날 데이비드 그린은 ‘크리스천 억만장자 사업가’가 돼 그의 부모처럼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퍼뜨리고 있다.

그린은 억만장자들의 기부 클럽으로 알려진 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아내 바바라 그린과 함께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공개 서약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교회와 기독교 대학, 복음주의 기관 등 교계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린은 서약서를 통해 “나는 목회자 가문 출신이다. 어린 시절부터 소액이라도 기부와 봉사에 힘쓰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며 하나님의 은혜로 좋은 가족과 직장, 직원을 얻는 축복을 받았다”며 “이제는 그 축복을 되돌려주고자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강단에서 설교하는 것은 내가 받은 소명이 아니라고 느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소명은 사업이기에 이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 한다”며 “하비로비는 1970년대 설립 이래로 수익금을 보육원 등에 기부해오며 복음과 사랑을 전파하는 데 힘써왔다. 앞으로도 주님의 일을 위한 도구로 주님께 영광을 돌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부는 부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시간과 재능, 열정을 통해 누구나 기부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미 있는 삶, 노년의 역동적 삶을 위해 기부를 선택한 이들은 그린 부부 이외에도 많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기로 이름난 이들이 하나둘 더기빙플레지를 통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절반 이상 기부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올해와 지난해 더기빙플레지의 서약자 목록.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 캡처

더기빙플레지는 ‘기부(giving)’를 ‘약속(pledge)’한다는 의미다. 2010년 8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등 초부유층 사이에서 창설됐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전 세계 부자들이 축적한 부의 대부분을 자선 활동에 기부하도록 장려하는 자발적 기부 캠페인이다.

일회성 기부가 아닌 지속적으로 나눠 기부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생전이나 사후에 재산을 절반 이상 기부하겠다고 공개 서약하면 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 요건은 10억 달러(한화 1조3000억원) 이상의 자산이다.

최근까지 29개국에서 240명 이상이 참여했다. 한국의 크리스천 가운데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을 창업한 김봉진·설보미 부부가 있다.

장로교 성도인 김·설 부부는 2021년 2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서약했다. 부부가 단독으로 결정한 사항은 아니다. 두 딸과 오랜 기간 상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들 부부는 서약서를 통해 “2017년 페이스북을 통해 100억원을 3년 안에 환원하겠다는 기부 서약을 하고 그 약속을 지켰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었기에 더 큰 환원을 결정했다”며 “기부를 통해 인생의 행복과 보람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