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던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리서치센터에 관심을 두던 지원자들도 애널리스트를 보조하는 ‘리서치 어시스턴트(RA)’만 경험하고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애널리스트는 업무량에 비해 급여가 적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MZ세대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에서 제외되는 모습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를 전후로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축소되는 분위기다. 비용이 많이 드는 부서라는 인식이 있는 데다 인력난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업무 성과에 따라 높은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 있는 투자 관련 부서나 워라밸을 찾아 다른 업종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A증권사 내에서는 “애널리스트 업무를 경험하려면 RA가 최고”라고 말도 나온다. RA는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보통 2~3년간 애널리스트의 조사분석 업무를 도우며 경력을 쌓는 자리다. 그런데 최근엔 RA가 애널리스트의 업무를 ‘맛만 보는’ 용도로 전락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A증권사의 경우 계약직인 애널리스트와 달리 RA를 정규직으로 대우한다. 이 덕분에 RA는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주 52시간 일하면서 야간수당까지 챙길 수 있다. A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요즘 RA들은 딱 RA까지만 하고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엔 회사에서도 이들을 잡으려 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서치센터 자체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는 업무 대비 페이가 적은 가성비 낮은 직업이 된 지 오래”라며 “증권사 내에서도 성과급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자산운용사 등 바이사이드(buy-side)로의 이동이 잦다”고 전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돈 벌려고 애널리스트 일 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재밌어야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