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에도 돈 풀기… 정부 지출 5년간 41.7% 늘었다

입력 2023-08-29 04:03

정부 예산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왔다. 지난 2018~2022년 5년간 예산 증가율은 41.7%로, 직전 5년 대비 배 이상 급증했다. 복지 재정 확충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정부 지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난해 600조원을 넘긴 본예산은 올해 638조7000억원으로 10년 전(342조원)보다 300조원 가까이 늘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예산 증가율은 41.7%로, 직전 5년 증가율(17.1%) 대비 2.4배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추가경정예산은 반영하지 않은 본예산 기준으로 추경을 합칠 경우 증가 폭은 더 크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과 2020년 본예산 증가율은 각각 9.5%, 9.1%였다. 2021년과 2022년은 8.9%였다. 2019년 당시 기재부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총지출”이라며 “일자리 창출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한다”고 홍보했다.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등 복지 예산과 일자리 창출에 쓰는 구직급여·직업 훈련 등 한번 늘어난 예산은 줄어들지 않았다. 지출이 많으면 수입도 많아야 하지만 세수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적자를 거듭했고,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지난해 총수입(총세입+기금 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4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년도 결산치(-30조4000억원)보다 34조2000억원 증가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적자 규모가 117조원에 달했다. ‘역대 최고’ 예산과 함께 ‘역대 최고’ 재정수지 적자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예산 증가율은 5%대로 줄였지만 ‘세수 펑크’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1~6월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조7000억원(18.2%) 덜 걷혔다. 1~6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올해 남은 기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4조2000억원 부족하다.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상반기에만 8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58조2000억원보다 25조원 많다.

세수 결손이 예상되면 정부는 부족한 돈만큼 지출을 줄이거나 추경을 편성해 대응해왔다. 올해는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세수 결손은 불가피하다. 대규모 세출 감액을 하게 되면 재정수지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오히려 저성장 흐름을 고착화할 우려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 관리재정수지가 46조2000억원 적자를 보이자 정부는 지출을 크게 줄였다. 그 결과 하반기 관리재정수지가 25조원 흑자로 전환했지만, 이듬해인 2014년까지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정처는 보고서에서 “세수 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해진 긴축 기조는 장기 저성장 추세와 경기회복 기반이 미약한 상황에서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