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연체율 상승 등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여기에 안정적인 고금리를 제공하는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맞물렸다. 발행액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지난해를 뛰어넘을 기세다.
28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농협·BNK·DGB·JB금융)의 올해 누적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이날 기준 3조42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발행액(4조6500억원)의 약 73%에 해당하는 규모로, 지난해 7월 말(3조7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영구채 성격의 ‘하이브리드 증권’이다. 후순위인 탓에 금리가 높게 산정되지만 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확대하는 추세다.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31일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본은 우리카드에 대한 자금 지원에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 5월부터 한 달 간격으로 NH농협금융, DG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이 각각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금융지주는 보통주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총자본비율을 각각 4.5%, 6%, 8% 이상 유지해야 한다. 이때 신종자본증권은 기타 기본자본으로 분류돼 기본자본비율, 총자본비율 강화에 도움이 된다. 현재 8개 금융지주의 평균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2분기 기준 12.84%로 규제 수준 대비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 전망이 어두운 데다 연체율과 PF 부실 채권 비율이 급등하는 흐름인 탓에 손실흡수능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스위스 금융회사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AT1) 23조원 어치가 전액 상각 처리되며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안정적인 발행처인 국내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훌쩍 뛰어넘는 유효수요를 끌어모으며 완판을 기록했다.
최근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은 금리 매력까지 더해졌다. 하나금융이 이달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최종금리는 공모 희망금리 밴드(4.7~5.4%) 상단인 5.2%에서 결정됐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별 금융지주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자본 비율이 안정적인 상황이라 상각 및 이자 미지급 가능성이 낮다”며 “국내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이 가진 높은 금리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