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했다. 이 회장은 당시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도금기업인 동아플레이팅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의 수혜를 받은 협력업체다. 이 회장은 같은 해 10월에는 취임 첫 현장행보로 광주시에 자리한 협력업체 ‘디케이’를 찾았었다. 이 회장의 행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상생’을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전자는 ‘상생 추구’라는 큰 틀에서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협력업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2013년 조직한 ‘상생협력아카데미’는 상생의 구심점이다. 제조·품질·개발·구매 등 분야별 전문 인력 100여명이 소속된 이 아카데미는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전달하는 ‘컨설팅 센터’, 직무·기술·리더십 등의 교육 과정을 지원하는 ‘교육 센터’, 인재 채용을 지원하는 ‘청년일자리 센터’로 구성돼 있다. 협력업체 대상 컨설팅, 협력업체 임직원 교육, 인재 채용을 위한 채용박람회 개최 등이 수시로 아카데미에서 열린다.
삼성전자는 컨설팅 센터를 통해 다년간 축적한 삼성전자의 원가 혁신사례를 협력업체에 전달한다. 협력업체의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9년부터 국내 대학·연구기관에서 보유한 기술을 소개하는 기술설명회도 별도로 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교육 센터에 온실가스 감축 방안, 공정거래 정책 등의 ESG 경영 관련 22개 과정을 신설했다. 협력업체들이 현안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에서 2015년에 시작한 중소·중견기업 대상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은 산업계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8년간 3000여곳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제조 현장을 지능형 공장으로 고도화하는 ‘스마트공장 3.0’ 사업을 추진 중이다. 매년 100억원을 투입해 3년간 300억원을 600개 중소기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전남 여수시의 식품기업 ‘쿠키아’는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의 성공적 사례다. 쿠키아는 공장 설비 불량으로 연평균 1억5000만원 상당의 두부과자 폐기물이 발생했다. 납기 지연에 따른 고객 불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스마트공장 지원으로 최적 온도에서 두부과자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세웠다.
쿠키아의 매출은 스마트공장 구축을 시작한 2016년 3억원에서 지난해 24억원으로 8배나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9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선정하는 ‘2021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국내 기업 최초로 11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