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부활→ 치안 인력 보강 우선… 혼란 낳는 ‘오락가락 정부’

입력 2023-08-29 04:03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을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흉악범죄 대응을 위해 의무경찰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정부가 경찰 조직 개편 방향을 급선회하는 모습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구체적인 의경 선발 인원과 시점까지 공개하며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며칠 만에 의경 부활에 선을 그으면서 설익은 치안 대책을 성급히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다음 달 중 경찰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국무총리실에 보고했다. 연일 계속되는 무차별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우선 경찰 인력을 재편해 현장 치안 담당 인원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의경 재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그 자리에서 신속대응팀 3500명, 주요 대도시 거점배치 4000명 등 7500~8000명의 의경을 향후 7~8개월에 걸쳐 충원하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런데 실현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한 총리는 이튿날인 24일 “필요하다면 의경 재도입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의경 재도입 문제를 두고 갈팡질팡하자 경찰 내부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경찰 간부는 “의경 제도를 없앨 때는 내부에서 인력 운용의 문제를 지적해도 ‘정책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듣지도 않았다”며 “갑자기 또 다른 이유로 의경을 되살리려는데 정책적 필요가 이리도 고무줄식인가”라고 지적했다. 시민들도 불만이다. 군 복무를 앞둔 김모(21)씨는 “정부가 확실히 정해주지 않으면 입대 전까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의경 재도입이 완전히 백지화된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장 치안 업무에 대응하기 위한 인원이 얼마나 부족한지 등을 파악해 경찰 인력을 재배치하는 조직 개편을 (먼저)하고 그래도 인력이 없다면 의경 재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치안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맞는 경찰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치안 수요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며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수사 인력을 빼서 치안 인력을 늘리는 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지휘관이 많아 불필요한 내근인력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지방경찰청에 있는 국·과·계를 통폐합할 필요도 있다. 집회·시위에 관한 법을 엄격히 집행한다면 기동대원도 현재보다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