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모(29)씨는 지난달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일어났다가 크게 넘어질 뻔했다. 정류장에 진입하던 버스가 급하게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버스기사는 도로에 갑자기 ‘포트홀’(Pothole·도로 파임·사진)이 나타나 피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며 사과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역대급 호우가 퍼부은 올여름 장마로 지난 한 달 동안 서울시내에서만 3640건의 포트홀이 발생했다. 최근 3년간 7월에 발생한 포트홀 수 중 최대치다. 2021년 7월 1954건에 비해 약 86% 늘었고 지난해 7월(3141건)보다 499건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는 현재까지 포트홀 1790건이 발생했다.
포트홀은 도로 표면에 발생한 움푹 꺼진 구멍을 말한다. 빗물이 아스팔트에 스며들면 수압 때문에 팽창하면서 균열이 생기는데, 그 위로 차량이 지나갈 때 차의 하중이나 진동을 버티지 못하면서 포트홀이 발생한다. 장마철이 끝난 뒤 포트홀로 인한 교통사고가 잦은 이유다.
차량의 정상적인 주행을 방해하는 포트홀은 타이어에 구멍을 내거나 휠을 파손하기도 한다. 운전자들이 포트홀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차선 변경을 시도하거나 급제동하면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비가 내리거나 어두운 밤엔 포트홀이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위험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포트홀로 인한 사고는 총 165건 접수됐다. 타이어와 휠, 범퍼 등 파손이나 오토바이·킥보드·자전거 훼손 사례가 접수됐다. 보행자 낙상사고도 있었다.
이번 주에도 ‘가을장마’가 예고된 상황이라 포트홀 추가 발생 및 사고 위험이 있다. 빗물에 잠겨 포트홀이 보이지 않을 때 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차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면서 큰 충격을 받아 타이어에 구멍이 나거나 일시적으로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처럼 집중호우가 내리는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선제적으로 도로에 물이 고이지 않게끔 정비하고, 포트홀 발생 시 빠르게 보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