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 경영진의 현대차 관계사 지분 고가매입 정황을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나섰다. 구현모 전 대표 등의 이른바 ‘KT 이권 카르텔’을 겨냥한 수사가 배임 혐의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KT 본사와 KT클라우드, 자회사인 오픈클라우드랩(옛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 사무실, 윤경림 전 KT 사장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서 박모씨가 설립한 회사로 KT클라우드는 지난해 9월 해당 회사 지분 100%를 206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현대차그룹은 KT 지분 7.79%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검찰은 KT클라우드가 지불한 매입대금이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됐다고 의심한다.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의 2021년 매출은 약 70억원 수준이었다. 검찰은 당시 KT 대표이사와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으로 있으면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구 전 대표와 윤 전 사장을 각각 배임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KT의 이 같은 투자 결정은 현대차가 구 전 대표 형의 회사를 인수해준 데 대한 보은 성격으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앞서 현대차는 구 전 대표 형이 설립한 기업 ‘에어플러그’가 경영난에 빠지자 이 회사 지분을 2019년 9월과 2021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매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 전 대표 등의 지분 고가매입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고,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한 뒤 구 전 대표와 윤 전 사장 등 KT 윗선을 순차적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현대차 임직원 조사도 이뤄질 수 있다. KT를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는 구 전 대표 조사 이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KT의 일감 몰아주기 수혜자이자 전직 경영진의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된 하청업체 KDFS의 황욱정 대표를 먼저 재판에 넘겼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