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독죄 빌미 박해받는 파키스탄 기독인 눈물의 고백 “성경의 핍박은 실제…하나님 상급 바라며 인내”

입력 2023-08-29 03:01
파키스탄 선교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파키스탄 펀자브주 자란왈라시의 박해 피해를 당한 지역 성도들을 방문해 기도하고 있다. 파키스탄 B선교사 제공

인도·파키스탄 크리스천들이 극단적 힌두교도와 무슬림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집·교회가 전소돼 난민으로 전락하는 등 극심한 박해를 당하고 있다. 단지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겪는 핍박은 ‘인종 청소’로 묘사될 정도로 잔인하다. 박해받는 크리스천을 향한 세계교회의 기도와 관심, 연대가 요청된다.

지난 5월 인도의 힌두교도인 메이테이족이 현지 마니푸르주 추라찬드푸르, 임팔 등에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소수부족 쿠키족에게 자행한 유혈 폭력 사태 직후 인도에서 빠져나온 A선교사는 최근 국민일보와 만나 쿠키족 근황을 전했다.

인도 북동부 지역에서 수년간 사역한 A선교사에 따르면 유혈 사태로 130여명이 사망했고 359개 교회, 198개 기독교 마을, 가옥 7000여채가 불에 탔다. 5만7000여명이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소수부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을 둘러싼 갈등에서 촉발된 사태지만 종교 박해 성격이 다분하다. A선교사는 “쿠키족 교회들은 침묵시위를 하거나 교회별로 시간을 정해 기도하고 있다. 추라찬드푸르 지역의 교회 63곳이 난민 1만여명을 수용했다”고 전했다.

현재 쿠키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식량과 생필품이다. A선교사는 “쿠키족이 그동안 하루 한 끼만 먹으며 버텼는데 장시간 버티려면 외부 도움이 필요하다. 전소된 교회와 마을이 회복되도록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인도 접경국인 파키스탄의 중동부 펀자브주 자란왈라시에서는 이슬람 경전 코란을 모독했다는 신성모독죄를 들면서 무슬림 군중이 성도들의 주택과 교회를 방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사역하는 B선교사는 2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무슬림이 현지 기독교인 집 앞에 구겨진 코란을 놓고 공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독교를 타깃으로 삼은 신성모독죄는 이전부터 계속됐다”고 말했다.

B선교사는 어려움을 겪는 현지 기독교인들이 성숙한 자세로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 상황을 전했다. 그는 “현지인 출신의 리더들과 긴급기도회를 했는데 한 분이 ‘성경이 기록한 (마지막 때의) 핍박은 실제(real)였다. 예수님 때문에 받는 고난이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상급을 생각하며 인내하자’고 격려한 메시지가 마음에 남는다”고 했다. B선교사는 적극적으로 구호활동을 펼치는 현지 교회 상황도 설명하면서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남성현 장로회신학대 선교학 교수는 “인도와 파키스탄 교회가 고난 속에서 새롭게 선교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되도록 한국교회도 관심 갖고 동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도 “종교로 핍박받는 다른 나라 그리스도인을 향한 지속적인 선교적 관심과 영적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