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변화를 할 것이냐(딥 체인지·Deep Change), 천천히 사라질 것이냐(슬로우 데스·Slow Death)”. 최태원 회장이 25년 전 SK그룹의 총수로 취임한 직후 던진 말이다. 시간이 흘러 ‘딥 체인지’는 최 회장의 땀과 노력이 깃든, 그만의 경영 철학으로 자리매김했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38살의 젊은 나이에, 그것도 외환위기 때 회장 자리를 이어받은 최 회장이 다음 달 1일로 취임 25주년을 맞는다. 재계 서열 2위,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 SV(사회적가치) 전도사는 지난 25년간의 ‘최고경영자(CEO) 최태원’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 자산총액은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3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27조3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재계 순위는 5위에서 2위로 뛰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배, 영업이익은 9배 늘었고 시가총액은 36배 급증했다. 수출액은 83조4000억원으로 한국 총수출의 약 10%를 떠받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재계는 그룹 주력 사업의 양적 팽창을 넘어 그린·첨단 분야로 질적 확장에 성공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최 회장은 에너지·화학이나 정보통신으로는 그룹을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2012년 ‘승자의 저주’ 우려에도 하이닉스 인수를 강행했다. 하이닉스가 ‘기술’ ‘글로벌’이라는 두 날개를 갖췄다고 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수소 등의 신사업은 핵심 성장동력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또한 SK그룹에서 SV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빼놓을 수 없다. 최 회장은 둘을 내재화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경영 전략을 추구해왔다. 이윤 추구를 넘어서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한국 사회에 설파하고자 한다. 지난해 SK그룹이 창출한 SV는 돈으로 환산하면 총 20조5000억원에 이른다.
최 회장은 2021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데 이어 지난해 5월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지원 민간위원장으로 뛰고 있다. 재계를 넘어 ‘사회 리더’로 활약 중이다.
최 회장은 “딥 체인지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ESG를 바탕으로 관계사 스토리를 엮어 SK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명한 그룹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빅 립’(Big Reap 더 큰 수확)을 거두고 이해관계자와 함께 나눠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