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교회가 공적 책임 감당하며 복음의 집어등 같은 역할해야”

입력 2023-08-29 03:03 수정 2023-08-29 09:48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종교국 스튜디오에서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 회복, 한국교회의 사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는 추락한 신뢰도를 끌어올리고 세상에 다시 희망이 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창조세계 보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고 차별금지법 제정 저지 운동에서도 최전선에 서 있다. 일련의 교계 활동 속에서 교회의 공공성 회복에 앞장서고 있는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를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종교국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코로나 이후 교회들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 같다. 그런 중에도 새에덴교회엔 젊은층이 몰리고 있다.

“회복의 핵심은 예배다. 교회가 위축됐고 성장이 끝났다 해도 예배의 본질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한국교회의 회복세가 더디다. 팬데믹 기간 중 교회만큼이나 위축됐던 문화·예술계의 회복세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새에덴교회를 보고 ‘비정상적’이라고 평한다. 긍정적 의미의 평가다. 우리 교회의 경우 코로나 이전 교세를 회복한 뒤 반등했다. 고난 중에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최근 폐막한 ‘2023 스카우트 잼버리대회’ 막바지에 교회들이 큰 기여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극찬했는데.

“교회가 ‘집어등’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1990년대부터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대기업들이 회사 이름도 바꾸고 설득보다 유혹하는 광고를 만든 것도 이때부터였다. 하지만 교회는 내부에 집중하면서 매력적인 종교가 되지 못했다. 잼버리 대원들을 위해 교회 문을 연 게 사회 속으로 다가서려는 교회 이미지를 좋게 만들었다. 우리 교회에 온 480명 대원의 만족도도 무척 높았다. 한 지자체가 대원들에게 “2인 1실 숙소가 있는데 옮기겠냐”고 물었는데 한 명도 교회를 떠나지 않았다. 언제든지 교회 문을 여는 노력이야말로 ‘복음의 집어등’이 되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는 개화기 초기 병원과 학교를 짓고 전쟁 중에도 구제와 나눔에 앞장섰다. 원래 교회가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나.

“그렇다. 19세기 말 선교사들부터 그런 역할을 한 게 대한민국 교회의 전통이다. 하지만 빠르게 진행된 근대화 속에서 교회도 물량주의와 성공주의로 빠지고 말았다. 피터 와그너의 교회 성장학이 도입되면서 교세도 성장했지만 좋지 않은 결과도 낳았다. ‘내 교회 키우는 일’에 집중하면서 사회를 돌봤던 본래 역할을 잊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차제에 교회가 지녔던 근본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최근 설교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교회의 책임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도입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쇠락하는 작은교회 생각에 밤을 지새울 때가 많다. 규모가 큰 교회부터 내부에서 ESG를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건강하게 기본기를 다지면서 결국 건강하게 성장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교회는 다산운동에도 나서야 한다. 출산 장려를 위해 정부가 수십조원을 썼는데 이 중 일부를 교회에 지원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교회는 할 수 있다. 일회용품을 극단적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에도 교인들이 나서야 한다. 창조세계를 보호하는 출발점이다.”

-국민일보 연중기획 ‘다시 희망의 교회로’를 통해 묵묵히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는 작은 교회들이 소개되고 있다.

“작지만 강한, 건강한 교회가 많아져야 한다. 이런 교회들이 지역사회에서 공적 사역에 나선다면 교회의 선한 영향력이 확산할 수 있다. 교회다운 교회, 이웃에 한 걸음 다가서는 교회가 돼야 한다. 잼버리 때 앞장섰던 교회의 모습과 같은 실천이 늘어나야 한다. 이런 노력이 모여야 교회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에 기독교를 비방하는 드라마가 넘쳐나고 반기독교 정서가 팽배한 게 현실이다.

“미디어가 교회를 공격하고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으로 일할 때도 이런저런 공격에 항의도 많이 했다. 미디어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시간이었다. 자녀들을 PD나 작가로 키우라는 권유도 자주 한다. 이들을 통해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관이 담긴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결국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할 수 있는 일이다. 한 목소리를 내야 힘이 생긴다. 흩어진 교회는 결국 희화화되고 조롱거리가 되기 쉽다. 복음을 전할 길도 막히고 만다. 최악의 사태는 피해야 한다. 연합이 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동성애 옹호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되고 있다.

이명희(왼쪽) 국민일보 종교국장과 소 목사의 대담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차별금지법은 통과돼서는 안 되는 법이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협의회 초대 대표회장도 지내면서 이 문제를 지속해서 지적하고 있다. 다만 전략이 필요하다. 앞장서는 건 시민단체가 하고 교회는 뒤에서 후원만 하는 게 효과적이다. 목회자가 전면에 나서면 국민을 설득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종교적 문제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평신도가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나를 비둘기파라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이게 맞다고 본다. 유연하면서도 폭넓은 전략을 활용해야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다.”

-서구도 동성애 물결에 무너졌는데 한국도 시간 문제 아닌가.

“그렇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일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물론 틀리기를 바란다. 사실 1000년 불교도, 500년 유교도 쇠락했다. 150년 기독교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결국 한국교회가 공적인 책임을 회복할 때 살 길을 찾을 수 있다. 진보도 보수도 모두 공적 책임을 회복하고 감당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진보와 보수적 가치가 다 있다. 중요한 건 성경이다. 신학은 조금 달라도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고백하는 공동의 신앙 안에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공적 책임을 더욱 잘 감당할 수 있다. 살길은 여기에 있다.”

-한국교회총연합 통합추진위원장도 맡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하나님을 믿고 있다. 이단만 배제하면 우리는 언제든 하나 될 수 있다. 울면서 외치고 싶다. 우리는 하나 돼야 한다. 밥그릇 싸움은 결국 바빌론 음녀가 가져다준 포도주를 마시는 결과가 되고 만다. 성령의 새 술에 취하고 주님 안에서 연합해야 한다. 이은상 시인의 시처럼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여기에서 연합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지도자들이 마음을 모아 한국교회를 지키는 일에 헌신해 달라.”

-새에덴교회 예배는 늘 생동감이 있다. ‘광대목회’라 불리기도 하는데.

“중요한 건 설교에, 목회에 진정성이 담겨 있는지다. ‘Stick, 스틱’이라는 책에는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으로 진실성과 단순성, 구체성과 스토리성 등을 꼽는다. 젊은이들에게는 교리적이고 신학적인 설교가 먹히지 않는다. 눈높이를 맞춘 유혹적 언어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내 설교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한국교회가 정체기를 지나 침체기로 향하고 있다. 회복 탄력성을 가져야 한다. 내 목회를 통해 울림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크다.”

-미자립교회가 70~80%이고 이중직을 하는 목회자들도 많다.

“작은교회 목회자일수록 자존감을 회복해야 한다. ‘사즉생, 생즉사’란 말이 있다. 이중직도 선교적으로 접근해야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 돼선 곤란하다. 소명을 점검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개척 직후 신문 배달을 했다. 전도지를 신문에 넣어 배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생각한 게 사즉생, 생즉사 목회였다. 나도 했는데 모두 할 수 있다.”

-요즘 기도 제목은 무엇인지.

“하나님 앞에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목회하고 있다. 윤리적 허물로 무너지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나를 통해, 우리 교회를 통해 생산적 에너지가 나오게 해달라고도 기도한다. 위기의 한국교회 회복을 위해 영성운동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는 목회자로 남게 해달라는 게 중요한 기도 제목이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