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사진) 대법원장 후보자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감형 판결 관련 논란이 일자 “법관 재직 기간의 판결 전체를 균형 있게 봐 달라”며 해명에 나섰다. 다른 성범죄 사건에서 피고인을 엄단한 판결도 공개했다.
이 후보자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항소심 법관 시절 대부분 1심 선고 양형을 존중했지만, 신중하게 양형요소를 검토한 결과 1심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서울고법 형사8부 재판장이던 2020년 11월 12세 아동 상대 성범죄를 저지른 20대 피고인 A씨를 감형해줬다. A씨는 피해자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개선·교화 여지가 남은 20대 젊은 나이, 출소 후 15년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범행 자백 등을 참작해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이 후보자가 2007년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 재판장 재직 시절 맡았던 스토킹 살인사건 관련 국가배상금 소송도 도마에 올랐다. 유족이 경찰 조치가 미흡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 후보자는 “112신고에 ‘여자가 살려 달라’고 소리쳤다는 내용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경찰이 살인사건 혹은 피해자 생명에 급박한 위험이 닥쳤다는 사정을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경찰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1년 뒤 항소심은 “경찰관의 직무상 의무를 저버렸다”며 국가가 유족에게 2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판결을 두고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후보자는 “성범죄 포함 강력범죄에 엄정한 형을 선고한 다수 판결이 있음에도 감형한 일부 판결만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판결을 보면 그는 누범기간 중 결별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해 7시간 이상 감금하고 성폭행하려 한 피고인에게 2020년 11월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6개월로 형량을 높였다. 양형 이유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는데도 감금 후 성폭행을 시도해 피해자의 고통과 공포가 매우 컸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집행유예 기간 중 17세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매매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도 1심의 징역 7개월보다 무거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생후 11개월 영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사건에서는 1심의 징역 4년을 깨고 6년으로 상향했다.
이 후보자는 “개별 사건의 양형은 법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항소심 법관으로서 신중한 고민 끝에 이뤄진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