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환자 모셔라” 웰니스 상품 마련 부산한 의료계

입력 2023-08-28 04:04 수정 2023-08-28 04:04
지난 24일 서울 강남 아너스티성형외과 관계자가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10월 입국하는 중국인 환자와 성형수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공식 위챗 계정에 중국인들 문의가 이어졌다. 중국인 A씨는 오는 10월 한국 입국을 앞두고 이 병원에 코 성형 수술을 문의했다. 병원 관계자가 원하는 코 모양을 묻자, A씨는 배우 김태희의 사진을 보내며 “이 스타일처럼 화려한 모양으로 해 달라”고 답했다. 관계자는 사진을 보면서 가격과 성형 절차를 중국어로 안내했다.

이 병원은 공항 픽업 서비스뿐 아니라 여행사와 손잡고 의료관광 상품도 준비 중이다. 병원 인근 가로수길 등 ‘핫플레이스’ 관광과 연계한 여행상품을 결합해 성형 후 10일가량 머무는 방식이다. 병원 관계자는 “(단체관광 허용 소식 이후) 중국인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2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중국 환자 수는 2019년 16만2868명에서 지난해 4만3923명까지 줄었다. 중국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단체관광을 금지한 데다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친 탓이다. 그러다 최근 한국행 단체관광의 빗장을 푼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강남에 있는 또 다른 성형외과도 단체관광 허용 발표 직후 위챗페이를 도입하고, 유튜브와 틱톡 등 SNS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유커)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가을은 의료관광 성수기로 인식되기 때문에 비자 발급이 본격적으로 허용되면 당장 다음 달부터 유커들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의료관광 전문업체 대표는 “통상 여름이 비수기이고, 봄과 가을에 수요가 몰리는데 장벽이 허물어지면 많은 유커들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승욱 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전략단장은 “중국이 단체여행을 허용하면 초기에는 피부미용, 성형외과 등 경증 위주의 환자가 많이 들어오겠지만, 장기적으로 중증질환자의 방문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건강검진이나 난임 수술, 안과 치료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인 수요가 클 것으로 본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건강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웰니스(웰빙·건강) 관광’ 상품 등을 통해 한국을 찾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 건강검진 전문기관 관계자는 “한국에 의료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 치료에서 예방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진흥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환자 수는 총 24만8110명(실환자)이었으며, 국가별 비중은 미국(17.8%) 중국(17.7%) 일본(8.8%) 태국(8.2%) 베트남(5.9%) 등 순이었다.

글·사진=차민주 기자 lali@kmib.co.kr